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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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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하루 전날 쓴 이우근 학도병의 일기
작성자 신길순 등록일 13.06.19 조회수 152

 이 글은 1950년 8월 포항전투에서 숨진 소년병 이우근의 일기로 숨진 후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 일기는 영화 <포화 속으로>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서울 동성중 3학년 재학 중에 학도병으로 자진 참전하였고,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자중학교 앞 벌판에서 전사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학도병 71명 중 47명이 전사하고 14명이 부상함.

 

1950년 8월 10일 목요일 날씨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를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같은 청결한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 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살아서 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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