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어야 할 시3-채석장에서(유종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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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 등록일 | 10.07.30 | 조회수 | 211 |
채석장에서(유종순) 한낮의 찌든 노동 속에서도 지난 밤 못다 이룬 꿈의 기억은 있다. 동대문 시장 생선 가게 앞의 즐비한 동태 눈알처럼 허술하고 허기진 내 꿈을 위한 신앙은 다만 힘을 사랑하는 길뿐이다. 때려 대는 배고픔이며 찢어지는 아픔이며 삶과 죽음은 이렇듯 초라하게 한데 엉켜 여름날 아스팔트 열기처럼 타오르고 없는 사람의 배고픈 신경을 타고 흐르는 가진 사람의 욕망 무디고 미련하지만 나의 창자에도 서울의 뒷골목처럼 더럽고 가난하고 날카로운 신경이 예수만큼이나 성스럽게 누워 있다. 꿈을 위해 꿈을 잊은 채 핏발선 공복의 머리통들을 움켜쥐고 산의 내장을 송두리째 도려 낼 때 바늘보다 더 뾰족한 소리로 부서지는 우주의 비명 그러나 나는 자랑스럽다. 아무 미움 없는 여기서 그것은 차라리 자랑스러운 폭력이다. -「고척동의 밤」(1987) ▶시의 흐름 읽기 [1연] 찌는 듯이 더운 여름 한낮에도 노동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신분의 소유자(채석장 노동자)인 이 시의 화자에게는 너무나 이루고 싶으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해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동태처럼 그것에 대한 갈망으로 화자는 허기졌으나 그 꿈은 이루어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꿈이다. 화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그가 가진 유일한 것으로 보이는 힘(노동)뿐이라고 고백한다. [2연] 가난으로 인한 육체의 배고픔, 혹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정신의 배고픔으로 가득 찬 삶 속에서 느끼는 찢어지는 고통. 살아도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없는 초라한 삶의 모습만 아스팔트 열기처럼 타오를 뿐이다. 가지지 못한 자의 배고픔이 가진 자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배우지 못해 모르는 무디고 미련한 화자의 마음 속에도 그들과 같은 더럽고 가난하고 날카로운 욕망이 성스럽게 누워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3연] 화자는 밝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꿈은 잊은 채 고통스런 배고픔을 참으며 산(채석장)의 돌을 파내고 있다. 터뜨리는 폭약의 소리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미움도 날려 보낼 수 있기에 그것은 내일의 꿈을 향해 화자가 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노동의 힘이다. ▶시상의 전개 과정 1연: 채석장 노동자의 이루지 못한 꿈 2연: 가진 자의 욕망과 대비되는 삶에 대한 울분 3연: 부정적 현실을 이겨내려는 대결 의지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채석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화자의 처지를 통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고달프고 힘든 생활을 살아가야 하는 도시 노동자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남성적이고 강한 어조로 고발하고 있다. 가진 사람의 욕망과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비하여 가진 자에 대한 울분을 토하면서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고달프고 힘든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과 생업의 현장인 채석장을 어둡게 묘사하지 않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그려 노동자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힘든 노동을 하면서 고달픈 삶을 살지만 '힘'으로 상징되는 노동자의 생명력과 밝은 내일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핵심 정리 ·주제 : 부정적 현실을 이겨내려는 대결 의지 ·특징 : ①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노동자의 꿈을 형상화하고 있다. ② 단정적인 진술로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유종순(1958∼ ) 서울 출생. 한성대 국문과 수학. 1987년 『문학과 역사』에 「고척동의 밤」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싸워 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심 속의 빈민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갇힌 자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발표함. 시집으로는 『고척동의 밤』(창작과비평사, 1988)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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