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읽어야 할 시2-도다리를 먹으며(김광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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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 등록일 | 10.07.30 | 조회수 | 263 |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에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화자는 도다리를 먹는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하나의 진리를 찾아낸다. 눈이 한쪽으로 몰린 도다리를 통하여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려하거나 차별을 두려는 인간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한쪽으로 몰린 눈을 가진 도다리를 나누지 않는 존재라고 인식하면서 오른쪽 왼쪽 혹은 왼쪽 오른쪽으로도 나눌 수 없는 도다리를, 아니 도다리의 눈을 보면서 시인은 왜 사람들은 항상 파가 갈라지게 될까, 왜 대칭구조로, 혹은 비대칭구조로 갈라져야만 할까 깊이 성찰한다. 그리고 도다리를 먹으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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