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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시1-참깨를 털면서
작성자 *** 등록일 10.07.30 조회수 200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창작과 비평사, 1977)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교훈적, 성찰적, 사색적, 향토적

심상 : 시각적, 청각적

제재 : 참깨 수확

특징 : 대조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이야기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역동적인 의성어를 통해 리듬감과 경쾌감을 줌

주제 : 삶의 경륜에서 나온 지혜

 


 

이해와 감상

  화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참깨를 털던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 노동의 의미를 모르던 화자는 그저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에 일을 한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화자는 신나는 놀이쯤으로 생행위로만 생각하고 참깨를 털어낸다.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는 따끔하게 한 마디 말씀을 들려주신다. '모가지까지까지 털어져선 안 된다'는 것은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마라는 뜻, 또는 참깨를 터는 것과 같이 차근차근 순리에 따라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할머니는 연륜에서 나온 삶의 지혜를 갖춘 분이다. 무지한 어린 나와 지혜를 가진 할머니의 행동이 대조되어 있다.

■ 작가 소개
  전남 해남 출생. 조선대 사범대 독어과 졸업. 1969년 『시인』에 「참깨를 털면서」외 4편이 추천되어 등단. 196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1970년 『전남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목요시(木曜詩)』 동인. 1986년 전남문학상, 현산문학상을 수상.

  작품경향은 산업사회 하에 붕괴되어 가는 고향을 주로 노래하며, 고향정신·대지(大地)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 이후부터는 광주사랑, 공동체정신, 생명중시, 인간해방, 식민문화 극복, 민족해방, 참나라·참세상 등을 열망하는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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