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컷: 피휴… 둘째 컷: 뭐 하나 기념할 만한 게 없구나.
셋째 컷: 백일 연속으로 말이야!
93. Irony, Oxymoron and Paradox
가필드의 어깨가 유난히 축 처져보이네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늘따라 아무것도 기념할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군요. 나 참… 그런데 마지막 컷에 가서는 느닷없이 축제 무드로 바뀌어 버리네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입니다.
빈둥거리기 선수인 가필드에게도 100일 동안이나 계속해서 기념할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뭔가 기념할만한 기록이 되어 버린 것이죠.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어느 나라에서 어느날 뉴스가 될만한 어떠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또 뉴스거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물론 가정입니다만)
위와 같은 경우에 ``역설적으로’’라고 이야기할 때 영어로 ``Ironically’’라는 표현과 ``Paradoxically’’라는 표현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말로는 반어 (irony)와 역설 (paradox)로 간단히 딱 잘라 구별하지만 사실 내용상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비슷한 수사법으로 Oxymoron 이란 것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모순형용’이라는 말을 대부분 들어보셨을 거에요. 흔한 예로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님의 시,``깃발’’ 中)’’, ``슬픈 축제’’처럼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의미상 모순을 이루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Simon & Garfunkel 의 유명한 노래 제목인 ``The Sound of Silence (침묵의 소리)’’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러한 자기 모순적 표현들이 그 이면에 진리를 담고 있을 때 그것을 역설 (paradox)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 예수님이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에 대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They have ears but hear not.’’)라고 탄식하시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이 어떠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본다면 표현 자체는 앞뒤가 맞지 않아도 단순한 모순 형용이 아닌 역설로 보는 것입니다. (조금씩 제 머리에 김이 나기 시작함을 느낍니다) 문제는 어떤 모순적 표현이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지는 같은 어구라도 상황에 따라, 더 나아가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애매함이 있습니다.
아이러니의 경우는 우리말의 반어 (e.g.참 자~알 하는 짓이다.)보다 넓은 의미로 쓰입니다만 어떤 경우에도 `불일치 (discrepancy)’ _ 의도와 결과, 말과 행동, 예상과 결과 등의 _ 가 핵심 모티브라는 것이 아이러니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dramatic irony’라는 것은 연극에서 관객이 극중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도록 설정도 상황을 뜻하며 Socratic irony는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어 (사실은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의 무지를 드러내기 위해 무지를 가장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게 바로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대화법’의 핵심이죠)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어느 테러리스트가 폭발물을 넣은 편지를 발송했는데 우표를 잘못 붙여 반송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보낸 그 편지가 폭발물이었단 사실을 잊은 그는 편지를 열어보았고 순간 폭발물이 터지며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물론 실화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가필드의 특기인 비꼬기 (sarcasm)도 의도와 말이 일치하지 않는 (e.g. This is my smart daughter, who failed out of elementary school.’’) 일종의 irony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