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컷: 자 이제 오디가 나와서 멍멍이 시를 낭송하겠습니다! 둘째 컷: 멍! 멍! 멍! (이하 생략)
셋째 컷: 멍! 멍……/ 이봐 리머릭 (아일랜드에서 기원한 5행 시) 은 안돼!
91. Hey! No Limericks!
베레모를 쓴 오디가 두꺼운 책까지 끼고 다소 거만해 보이는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딴에는 시를 읽는답시고 짖어대는 오디의 개소리 (?)가 다섯번째 행까지 이어지자 가필드가 갑자기 ``limerick’’은 안 된다며 주의를 주는군요. 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이 만화의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시에 대한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시를 시답게 만드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운(rhyme)과 율 (meter) 입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통칭해서 시의 리듬 (rhythm) 이라고 하지요. 영시에서 운은 각 행 (line)의 맨 뒤에 위치하는데요 한편의 시에서 서로 다른 두 행의 마지막 모음이나 자음이 같거나 (look과 book, pearl과 girl처럼) 자, 모음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 두 행이 운을 이루고 있다고 말합니다. 율은 시어의 강, 약과 관련이 있지요.
영시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의 규칙적 패턴, 그리고 덧붙여 행 (line) 의 수에 따라 시의 종류를 구분한답니다. 대표적인 것이 셰익스피어를 통해 잘 알려진 소네트인데요 소네트는 14행으로 되어있고 네 개의 행으로 된 3개의 연 (stanza) 과 두개의 행으로 된 마지막 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필드가 이야기하는 리메릭 (limerick)도 이러한 구분에 따른 영시의 한 종류입니다. 다섯줄로 되어있고 별 의미 없는 말장난을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오디가 낭송하는 시(?)를 보니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어떤 리듬으로 읽는 시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있네요. (짖는 소리만 되풀이 되니까 운은 그런대로 잘 맞는군요)
그렇다면 도대체 가필드는 무얼 보고 리메릭 같이 가볍고 장난스러운 시는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걸까요? 그건 바로 오디의 멍멍 대는 소리가 다섯줄로 넘어갔기 때문이겠죠.
소네트가 주로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하듯이 특정한 시의 형식은 특정한 종류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리메릭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말장난에 가까운 깊이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자 미상의 limerick poem을 하나 첨부합니다. 참고 하세요.
There was a little girl with curls 곱슬머리의 작은 소녀가 있었네
who felt like she was going to hurl 그녀는 금방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어
she got on the bus 버스에 오른 그녀는
and threw up on a kid named Gus 거스라는 아이에게 토해버렸지 (throw up=vomit)
that was the story of the little girl 이게 그 작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야
영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가 문학을 전공자 수준으로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소네트나 리메릭이 영시의 종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