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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산과고, 학생들의 힘으로 생활규정 대폭 바뀌었다

•  황민호 기자  승인 2019.04.16. 06:23

지난해 학생의날(11월3일) 시작해 장장 6개월간 논의 끝에 개정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 물결, 학교 교사들도 함께 집단토론해 존중 두발자유화는 관철 못시켜, 색조화장 목걸이, 반지 등 장신구 허용 학생회 자치 허용, 학생자치부 신설 등 자치 조항 대폭 삽입

충북산과고가 4월 학생생활규정을 대폭적으로 바꾸었다. 학생들은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평가다. 사진은 학생들의 의견이 제출된 내용[출처 충북산과고]

충북산과고 학생 25명이 대표로 참여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학교 논의에 참여했다.[출처 충북산과고]

 학생들의 힘으로, 그리고 교사들의 존중이 버무려진 논의로 충북산업과학고가 학생생활규정을 장장 6개월간의 논의 끝에 대폭 바꿔 눈길을 끌고 있다. 
 4월11일부터 충북산업과학고(교장 신완식)에서는 화장에 대한 규정이 삭제됐고, 반지-목걸이 착용 등 장신구 착용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교복 착용 시기도 학생 개인의 계절별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됐다. 선도부는 폐지되었으며 총무부 대신 ‘학생자치부’가 만들어졌다.
 또 담임교사의 추천에 의해 교장의 승인을 받아 임명했던 학생회장 등 임원은 본교학생회선거관리규정에 의해 선출하고 그 외 임원은 학생회장이 추천하여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는 것으로 대폭 개정됐다. 학생회의 자치성이 인정된 것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두발 자유화는 끝내 이뤄내지 못한 미완의 개혁이 됐다. 매직과 C컬을 제외하고 염색, 탈색, 파마는 여전히 금지됐다. 두발 자유화는 '신체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특성화고인으로서 취업에 대한 이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학교측의 의견에 부딪쳐 끝내 관철되지 못했다. 
 휴대폰 자율 소지도 이뤄내지 못했다. 
 상벌점제는 30가지 중에 10여 가지를 줄였지만, 아예 없애지는 못했다. 
 개정된 규정에 대해 교사와 학생 모두 아쉬운 점과 우려되는 점이 각기 없지 않지만, 장시간 논의 끝에 이만큼이라도 진일보하고 합의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 한 발짝 성큼 내디뎠다는 평가다. 

 충북산업과학고 정수인 학생회장은 “두발 자유화 등이 개정이 안 돼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논의해서 이만큼 이뤄냈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만족해하고 있다”며 “이 논의를 통해 학생 자치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학생회 임원은 아니지만, 논의에 함께 참여한 한다송 학생은 “개개인의 인권 측면에서 바라볼 때는 여전히 폐지해야 할 조항들이 있어 미진한 면이 없지 않다”며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끊임없는 논의 끝에 이만큼이라도 개정했다는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논의를 함께 이끌었던 충북산업과학고 송영란 학생부장은 “바뀐 생활규정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충북산과고 교사와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학생생활규정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한 적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산과고 신완식 교장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것 자체로 교육의 효과가 있고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조금씩 논의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충북산업과학고의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의 날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929년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운동일인 11월3일로 지정했던 것과 같이, 그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충북산업과학고도 학생자치의 씨앗을 그날 심었고, 자치의 불꽃 점화를 당겼다 .
 2018년 11월3일 학생의 날 중 주요행사로 학급별 생활규정 개정안 의견을 제출한 것이 시발이 되었다. 단순 행사로만 끝낸 것이 아니라 논의를 끈질기게 이어 나갔다. 학급별 뿐만 아니라 대의원회, 학급회 등을 통해 발제된 의견을 다시 논의했고, 2018년 12월말 학생회장 선거 1,2차 유세 시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정안은 또 논의했다.
 2019년 1월에는 1,2학년 학급 실,부실장을 대상으로 학급의견 반영 후 개정안을 논의했고, 1월7일에는 역사적인 학생대표단 25명과 교사집단과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것이 분기점이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3월25일 2019학년도 대의원회를 개최하고 전학년도 토론회 결과를 반영하여 개정된 수정안을 논의했다. 
 3월29일에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개정안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4월1일에는 교직원협의회에서 학생회 수정안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시 4월4일 학생생활규정 재개정 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를 확정지었으며 4월11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최종 통과하며 충북산과고 역사상 길이 남을 학생의 힘으로 개정된 생활규정이 최종 통과되었다 

학생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학생들의 의견 개진한 내용 중 가장 많은 것은 두발 자유화였다. 염색 및 탈색과 파마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는 통과되지 못했다. 의견을 살펴보면 ‘염색, 파마는 자유와 개성을 존중받는 삶의 시작점입니다. 청소년들의 자유를 보장받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라는 의견과, ‘어두운 염색, C컬, S컬 파마 허용해주세요’, ‘두발 규정 삭제’ 등이 나왔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의견 중 색조화장 허용은 당연히 화장에 대한 규제항목이 아예 삭제되면서 허용됐다. 여러 의견을 살펴보면 다채롭다. 
 ‘대체공휴일 및 자연재해로 인해 학교를 쉬는 경우 일수 채우기 위해 다른 날에 학교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수업시간에는 전자기기 및 휴대폰 사용을 금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세요.’, ‘학교장의 허락없이 학생의 개성과 자기결정권 보장을 해야한다. 편안한 교복을 시행합시다’, ‘수업태도, 과제 및 수업준비를 잘 해오는 학생 상점 삭제’, ‘자판기 대신 매점이 생겼으면 좋겠고 반찬종류가 많고 후식이 나오는 급식을 줬으면 좋겠다’, ‘등교 시간을 8시20분에서 30분으로 늘려줬으면 좋겠다’, ‘그린마일리지 규정을 삭제했으면 좋겠다’, ‘특별 사유가 없어도 사복 입는 것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점심시간 외 외식 가능’, ‘아침 선도 폐지’, ‘점시시간 외식 가능’ 등 요구하는 안들은 많았다. 
 반면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운전면허 없이 오토바이, 차를 탄 학생은 징계를 높여서 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등도 나왔다. 
 충북산과고 1학년 A학생은 ‘흡연 4회 이상이면 학교 징계가 강했는데 6회까지 늘어나면서 담배피는 학생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B학생은 “두발자유화가 안 돼 아쉽지만, 색조화장과 귀걸이 목걸이 등 장신구가 허용되면서 참 좋다”며 “예전엔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자율적으로 하게 돼 달라진 점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충청북도교육청 청렴감사관으로도 활동하는 인권연대 숨 이은규 대표는 "학생을 더 이상 보호받는 객체가 아니라 권리의 당사자로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두발자유화는 민감한 것 같지만, 청주 신흥고의 경우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학생생활규정에 삽입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학생인권조례를 서둘러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충북산과고의 사례는 학생과 교사가 장시간동안 논의한 산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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