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수학 포기? 아직 이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수학 극복하는 지름길
실현 가능한 목표 세운 뒤, 단계적 학습 해야
설명 가능한 수준으로 개념 익히면 응용 쉬워
“수도권 대학에 가려면 수학을 최소 3등급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이번 모의고사에서 21점(원점수)을 받았어요. 아직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5등급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 점수도 거의 찍어서 받았고, 단답형은 손도 못 댔어요. 앞으로 점수가 오를 것 같지도 않아요. 그래서 수학을 포기할까 생각중이에요.”
서울 ㄱ고등학교에 다니는 송아무개(고3·문과)양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지난 3월14일 시행한 모의고사를 본 뒤 “수학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송양은 “언어와 외국어는 각각 2, 4등급 정도 될 거”라며 “수학이 약하기 때문에 겨울방학에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는데, 기대한 만큼 성적은 안 나오고 오히려 언어와 외국어를 소홀히 하게 됐다”고 수학 포기를 생각하게 된 까닭을 밝혔다. 서울 ㅇ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고2·이과)군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김군은 “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갈 대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수학책을 보면 아는 게 없어서 공부하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수학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지난 2월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생과 일반고 고등학생 가운데 61.0%가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수학을 어렵고 두려워하는 탓에 사교육에 의존한다.
교육방송(EBS)에서 올 한해 전속교사로 수능특강(수I)을 강의하는 이하영 수리영역 대표강사는 “3월 모의고사가 수능까지 간다는 속설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며 “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는 범위와 난이도,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6월에 3등급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교육방송에서 올 한해 전속교사로 활동하며 수능특강(수Ⅱ)을 강의하는 이창주 수리영역 대표강사는 “외울 정도로 반복 학습을 하지 않고 너무 어려운 문제에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수학 포기를 생각하게 된다”며 “당장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등급을 목표로 하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사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현실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져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5등급이 나왔다면 처음부터 무리하게 1등급을 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3등급 정도에 목표를 맞춰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하(21·세종대 중국통상학과2)씨는 반복학습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씨는 고1 첫 내신 시험에서 수학을 9등급 받고 특별보충반에 들어갔을 정도로 수학을 못했다. “전교생 가운데 나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은 8명밖에 없었어요. 꼴찌나 다름없었죠. 특별보충반을 탈출하는 걸 제1목표로 삼고 수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문제 유형을 암기했죠. 그 결과 1학기 기말고사에서 약 200등이 올랐어요. 물론 특별보충반을 탈출할 수 있었죠.”
목표를 잡고 꾸준히 학습하는 습관은 언젠가 빛을 발한다. 임한솔(대전여고3)양은 공주대학교 사범대 윤리교육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서 비중이 낮은 건 알고 있다”면서도 “문과에서 수학을 잘하면 이득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수학 공부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양은 지난 3월에 본 모의고사 수리영역에서 2~3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양도 수학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39.6점을 받았어요. 수학을 포기할까 생각했죠.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가 낮으면 제가 공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좌절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여태까지 한 게 있으니까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언젠가는 빛을 발하겠지’란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했어요.” 임양은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문제까지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 1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엔 단답형 9문제를 포함해 총 30문항이 출제된다. 이 가운데 2점은 3문항, 3점은 14문항, 4점은 13문항이다. 2, 3점짜리 문제를 다 맞힌다 해도 4점짜리를 모두 틀리면 50점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4점 문제 공략이 필수다. 진솔희(경기도 가온고)양은 “개념을 배운 뒤 연습문제를 풀 땐 잘 풀리는데, 복합 개념을 써서 풀어야 하는 응용문제는 어렵다”고 말한다. 4점 문제엔 복합 개념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상의 개념이 섞여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한다.
김씨와 임양도 개념을 확실히 잡지 못해 고생했었다. 김씨는 내신 성적은 올렸지만 모의고사 문제를 거의 풀지 못했다. 기껏해야 6~7등급을 오락가락했다. 문제를 암기했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은 곧잘 풀었지만, 개념이 복합적으로 나와 꼬인 문제를 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임양도 마찬가지였다. “개념은 아는데 적용하는 법을 잘 몰라서 3점 심화문제나 4점 문제를 풀기 어려웠다”며 “개념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개념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한 번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창주 교사는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반복하지 않으면 그 순간에만 잠깐 알았다가 나중에 잊는다”며 “책을 보지 않고도 교재에 있는 특정 개념을 서술할 수 있을 정도로 익힌 뒤, 다른 사람에게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 돼야 어떤 문제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김씨는 공부를 거듭하면서 이 점을 터득했다. 그래서 특정 개념을 이해할 때까지 같은 개념을 친구와 선생님 등 물어볼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모두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개념을 적용해 문제를 풀었다. 고3이 된 뒤, 한때 전교 14등까지 성적이 올랐으며 내신 2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
했고, 수능에서는 원점수 80점대를 받았다. 임양도 개념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성적이 많이 올랐다. “처음에는 학원에 의존하다 보니까 학교 수업 시간에 제대로 듣지 않았어요. 교과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문제집만 봤던 거죠. 그래서 성적이 안 나왔어요. 2학년이 된 뒤 학원을 끊고 혼자 공부하면서 교과서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문제집엔 다양한 유형의 어려운 문제가 많은 반면에 교과서는 개념을 설명하고 바로 그 개념을 이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어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됐어요.”
김다현(한국애니메이션고3)양은 개념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아 실력을 차근차근 쌓고 있었다. 김양은 수시 전형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하려 했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중순 무렵 정시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1월부터 모의고사 보기 전까진 지수·로그함수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개념이 약하다는 생각에 개념 노트를 만들어 정리했어요.” 그런데 김양은 수학 상·하에 나오는 개념을 몰라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1학년 과정에서 수능에 연결되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모의고사에서 지수·로그 영역에서 출제된 15문제 가운데 13문제를 맞혀 4등급을 받았다. 김양은 “나형은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30일이면 개념을 완성할 수 있다”며 “6월 전에 미적분과 통계까지 개념을 완성한 뒤, 문제를 많이 풀어 등급을 올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하영 교사는 “고1 개념이 제대로 안 잡힌 아이들(고3)이라 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며 “중학교부터 고1 과정에서 수능에 필요한 개념을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 교사는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표준점수(수험생의 상대 위치나 성취 수준을 나타내기 위해 산출하는 점수)는 수학이 가장 높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하는 편이 대학 입시에 유리
하다”며 “절대로 수학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창주 교사도 “자연계 학생은 수학을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까지의 공부 방법을 점검한 뒤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반복한다면 자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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