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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를 팝니다
작성자 신은경 등록일 12.06.04 조회수 354
옛날에 한 내외가 나이 많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이 며느리가 아주 못돼서 시아버지를 매일 구박했다. 밥도 잘 안 해주 고, 옷도 갈아 입혀 주고 않고, 시아버지가 아파서 앓으면 앓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구박, 비가 와도 비 설거지 안 한다고 구 박……. 이렇게 구박을 하니까 시아버지도 일부러 며느리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며느리 싫어하는 일만 골라가며 해서 시아버지와 며 느리가 매일같이 싸웠다. 아들이 가만히 보니 기가 막혔다. 그런다고 자기까지 싸울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하다가 한 가지 꾀 를 냈다. 하루는 장에 갔다 와서 자기 아내보고 하는 말이,

"나 오늘 장에 가서 별일 다 봤네. 글쎄, 장에 가니까 포동포동 살찐 늙은이를 사는데, 값이 천금이야. 우리 아버지도 살만 포동포동 쪘으면 팔아서 부자가 될 텐데, 저리 비쩍 말랐으니 당최 팔아먹을 재간이 있나."

"에이,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팔십 늙은이를 누가 산단 말예요?"

"아니야. 오늘도 두 사람이나 팔려 갔는데, 정말 값을 많이 쳐주데, 논 닷마지기 값이면 그게 적나?"

하고 능청을 떠니까 며느리가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살이 찐대요?"

"아, 어떡하긴 어떡해. 마음 편케 하고, 대우 잘 하고, 음식 대접 잘 하면 살찔 수밖에 더 있소?"

며느리가 그 말을 듣고는 정말 시아버지한테 잘 해 주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걸핏하면 구박이더니, 이제는 음식도 정성껏 만들어 올리 고 옷도 깨끗하게 빨아서 입히고, 그저 마음 편케 하려고 추우면 춥지 않느냐, 더우면 덥지 않느냐, 일 좀 하려면 그만두고 쉬시라 고 하고…….

시아버지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별일이었다. 며느리가 마음이 변해도 한참 변했구나 생각하고, 기분이 좋으니까 시아버지도 며느리 한테 잘 해 주게 되었다. 그전 같으면 며느리 싫어하는 일만 골라가며 할 텐데, 기분이 좋으니까 며느리 하는 일도 도와주고 손주들 도 더 잘 거두고……. 그러니까 며느리도 기분이 좋아서 점점 더 시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시고……. 이렇게 잘 해 주다가 둘이는 서 로 정이 담뿍 들게 되었다. 그걸 보고 아들이, '옳지, 이제 됐다.' 생각하고, 하루는 아내한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우리 아버지 이제 살이 포동포동 쪘으니, 내일 장에 내다 팔까?"

그러니까 이 며느리가, 

"그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우리 아버님을 내다 팔기는 왜 내다 판단 말예요? 우리가 모시고 살아야지."

했다. 아들의 지혜로 부인의 버릇을 고치고 셋이서 아주 오순도순 잘 살았다. 

(보리출판사. '옛이야기 들려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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