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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설화
작성자 신은경 등록일 12.06.01 조회수 359
옛날 어느 마을에 나이가 많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는 마음씨가 고약한데다가 욕심까지 많았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공경하기는커녕 몹시 미워하며 늘 못마땅하게 여겨 욕설을 퍼붓기가 일쑤였다.

"일은 안 하고 저렇게 누워서 늘 아프다고만 하면 누가 좋아해. 차라리 죽기라도 하면 양식이라도 덜 축내지."

봉양은커녕 시어머니가 빨리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는 고약한 며느리였다. 며느리가 이렇게 시어머니를 구박한다는 소문은 금방 온 마을 에 퍼졌다. 마을 노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며느리와 남편을 야단치며 타일렀다. 그러나 며느리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 심술 을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았다. 심지어는 시어머니께 드리는 끼니조차도 아까워 조금씩 주거나 아예 거르기도 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시어머니는 나날이 살이 빠지고 몸이 쇠약해졌다. 두 눈이 움푹 패인데다가 광대뼈가 툭 튀어 나왔고 배는 등 에 붙어 있었다. 언뜻 보면 뼈만 남은 귀신같아 보였다. 이를 본 아들은 기가 막혔다. 밤마다 자리에 들면 자기 아내를 타이르 고 나무랐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오히려 화를 내며 남편에게 덤비고 욕을 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자식은 또 낳으면 되지만, 부모는 한번 돌아가시면 다시 오실 수 없는 법이오. 이러다가 어머니가 정말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그건 당신 책임이요." 

"흥,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좋겠어요. 이게 다 우리 집안이 잘 되라고 하는 소리예요. 살림이 넉넉하면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아무것도 없으니까 차라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것이지." 

"여보,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된 도리로 어떻게 부모가 죽기를 바란단 말이요? 옛날 맹종이란 사람은 가난했으나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 니가 먹고 싶다는 죽순을 겨울 눈 속에서도 얻었다 하지 않아요? 그리고 왕상이란 사람도 가난했으나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가 원하 는 잉어를 얼음 구멍에서도 얻었다고 하오. 우리가 아무리 가난해도 효성을 다하면 어머니 한 분이야 편안히 모실 수 있지 않겠소?"

"흥, 쥐뿔도 없는 사람이 문자 쓰는 건 좋아하는군요. 당장에 굶어 죽을 지경인데 효는 무슨 놈의 효! 그런 효도는 나한테 강요하지 말고 당신이나 많이 하구려."

남편은 어이가 없었다. 아내의 그 못된 성격에 이젠 정나미가 떨어졌다. 남편은 늘 어떻게 하면 아내의 그런 못된 행실을 고쳐 줄 수 있을까? 하고 늘 궁리해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곧바로 이웃 부잣집으로 가서 돈을 꾸었다. 그리고는 장에 가서 그 돈으로 몽땅 밤 한 말을 사왔다. 

"이웃 부잣집에서 돈을 꾸어 사왔소. 이걸 어머니께 삶아 드려요."

"아니, 당신 지금 제 정신이예요? 이제 며칠 안 있으면 돌아가실 분에게 밤은 무슨 놈의 밤이에요! 그것도 남에게 돈까지 꾸어서 사 오다니, 당신 정신이 있는거예요? 나는 모르니까 당신 맘대로 해요."

"허허, 모르는 소리 마오. 예로부터 밤은 소화가 안 된다고 했소. 어머니가 이 밤을 드시면 소화가 안 되어서 배탈이 날 거고, 그러면 점점 기운이 빠져서 쉽게 돌아가시게 될 거란 말이오."

남편이 부인의 못된 생각을 고치기 위해서 꾸며 낸 거짓말이었다. 어리석은 부인은 남편의 그럴 듯한 말에 속아 넘어갔다. 듣고 보 니 참으로 좋은 방법이었다. 시어머니가 하루라도 더 빨리 돌아가시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속으로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당신은 어쩜 그렇게 머리가 좋아요? 아, 나는 그런 좋은 방법이 있는 줄도 모르    고, 마음 속으로만 빨리 죽기를 빌고 있었네. 여보, 참 잘했어요. 그까짓 빚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차차 갚으면 되요."

아내는 금방 신바람이 났다. 그리고 남편의 두 손을 꼭 쥐면서 잘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속으로 쓴웃음 을 웃고 있었다. 며느리는 그 날부터 매일매일 밤을 삶아서 시어머니께 드렸다. 그리고는 평소와 달리 갖은 아양을 떨며 더 많이 먹 도록 권했다. 

"얘야, 어찌 된 일이냐? 이 맛있는 밤을 삶아 손수 까주기까지 하다니……."

"어머님, 많이 잡수세요. 이 밤 잡수시고 어서 기운을 내셔야지요. 어머님께서 늘 누워만 계시니 하도 걱정이 되어 밤을 사 왔어요."

며느리는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아양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어리석은 며느리는 속으로는 시어머니를 비웃고 있었다. '흥! 밤을 먹으 면 살이 빠지고 건강을 해쳐 쉽게 죽게되는 것도 모르고 이 어리석은 늙은이 좋아하는 것 좀 보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을 삶 아 드리기 시작한지 한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살이 빠지고 더 기운이 없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 쩐 된 일인지 시어머니는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살이 찌더니 마침내 옛날의 원기를 되찾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 나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현상이었다.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매일매일 먹었으니 그럴 수밖에……. 

일이 이렇게 되자, 며느리는 남편을 몹시 원망하며 미워했다. 남편에게 속은 것을 알자 더 고약한 마음이 들었다. '흥! 잘 됐 지 뭐야. 이왕 건강해졌으니 저 늙은이를 실컷 부려먹어야지. 어디 두고 보자. 빚을 내어서 밤을 샀으니 그 밑천이라도 뽑아야 지.' 며느리는 그 날부터 시어머니에게 온갖 일을 시켰다. 빨래며 부엌 설거지는 물론이고 논밭 일까지 하게 했다. 그럴수록 시어머 니는 더욱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고약한 며느리는 건강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심술이 나서 못 견디는 것이었다. 

어느 덧, 겨울철 김장을 할 때가 되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우물가에서 배추를 씻고 있었다. 그 때 며느리의 머릿속에 끔직 한 생각이 떠올랐다. 며느리는 눈을 감고 어금니를 꽉 물더니 시어머니를 깊은 우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세상에 이런 못된 며느리 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기는커녕 구박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제 손으로 우물에 빠져 죽게 하다니! 

그런데 눈을 감고 있는 며느리의 눈 속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하늘에서 금 동아줄이 스르르 우물 속으로 내려지더니, 시어머니를 달 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며느리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이미 하늘로 올라간 뒤여 서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씨가 고약하고 어리석은 며느리는 이 광경을 보자, 이번에는 하늘로 올라 간 시어머니가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늘 나라로 올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시어머니가 하늘로 올라가게 된 것은 한 말이 나 되는 밤을 먹고 살이 쪘으며 또 우물에 빠졌기 때문이야. 나도 밤을 먹고 우물에 빠져 하늘로 올라가야지.' 시어머니를 우물 에 밀어 넣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온 며느리는 남편에게는 거짓말을 하였다. 

"여보, 어머님이 늘 일만 하셔서야 되겠어요? 아무리 건강해도 나이를 잡수셨는데 노인네들의 건강을 어떻게 믿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친척들 집을 두루 다녀오시겠다 길래 그러시라고 했어요. 아마 몇 달은 걸릴 거예요."

남편은 이 말을 듣자, 자기 아내가 이제야 며느리 노릇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기뻤다. 

"참, 잘했소. 어머님이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일가 친척집에 가셔서 아마 당신 자랑을 많이 하실 거요."

며칠이 지났다. 어리석고 마음씨 고약한 며느리는 자기 시어머니처럼 빨리 하늘 나라로 올라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남편에게 졸라댔다. 

"여보, 어머니가 그 동안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겠어요. 어머니가 안 계시니 일이 고되어서 견딜 수가 없군요. 당신도 살이 빠져 말이 아니고요. 우리도 밤을 사다가 좀 삶아 먹읍시다. 그러니 장에 가서 밤 두 말만 사오세요."

마음씨 착한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갑자기 아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밤이 먹고 싶으면 저 럴까? 밤을 사자면 또 빚을 내어야 하지만, 아내를 위해 사다 주어야지. 며칠 전에는 어머니를 위해 착한 일도 했지 않은가.' 이 렇게 생각한 남편은 며칠 뒤 장에 가서 밤 두 말을 사왔다. 그리고는 매일같이 밤을 삶아 아내와 함께 먹었다. 이래서 이들 부부 가 밤을 다 먹고 났을 때는 정말 딴 사람처럼 살이 통통 붙었다. 목에도 살이 올라 턱이 하나 더 생겼다. 그리고 배는 불룩 튀어 나와 마치 맹꽁이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며느리는 남편을 꾀어, 자기를 우물까지 업고 가서 달구경을 시켜 달라고 졸라댔다. 그러자 순진하기 짝이 없는 남편은 남들 보기에 창피하기는 했지만 할 수 없이 아내를 업고 우물가로 갔다. 

한편, 아내는 자기의 뜻대로 일이 잘 진행되어 간다고 속으로 좋아했다. 남편이 우물가를 빙빙 돌 때, 업혀 있던 아내가 몸을 기울게 하여 남편과 함께 우물 속으로 풍덩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금방 하늘에서 동아줄이 스르르 내려왔다. 두 사람은 허우적거리다 순간적으로 동아줄을 잡았다. 남편의 등에 업혀 있던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내가 무거워요?"

"아니오, 줄을 잡아서 괜찮소."

이 소리를 자꾸 뒤풀이하면서 올라가는데, 갑자기 동아줄이 뚝 끊어져버렸다. 이 동아줄은 하느님이 내려다보고 내린 썩은 동아줄이었 다. 부부는 그만 다시 우물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렇게 죽은 두 사람은 후에 다시 맹꽁이로 태어났다. 맹꽁이는 통통하여 머리 와 가슴이 맞붙어 있고, 등에는 밤색과 비슷한 얼룩무늬가 있다. 그것은 죽기 전에 밤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이면 "무겁냐, 맹꽁", "가볍다, 맹꽁" 하고 울어대는 것도 썩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은 말 그대로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무겁냐, 맹꽁?"

"가볍다, 맹꽁."

(글동산 편. 한국전래동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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