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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불어라 책바람 독서릴레이 1-2
작성자 성은진 등록일 23.10.31 조회수 20

제목: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권력, 조작, 그리고 가스라이팅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쓴 대표적인 풍자 소설로,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는 중후반부에 걸쳐 가스라이팅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서평에서는 그 양상을 분석해보보고자 한다.

 

 우선 가스라이팅이란 한 개인 혹은 집단이 다른 사람 혹은 집단에게 실제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함으로서 그들의 현실 감각을 흔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위는 개인 간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도 주요 갈등의 원인이 될수 있었다.

 

 첫 번째로, 동물농장에서 나타난 나폴레옹의 우상화를 살펴보자. 나폴레옹은 자신을 높임과 동시에 다른 동물들에게 경외감을 주입시켜 자신의 권력 위치를 공고히 한다.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차별화하며, 다른 동물들이 자신의 권력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했다. 스퀼러는 선택받은 존재인 돼지들이 효과적으로 머리를 쓰기 위해 특권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며, 육체노동밖에 하지 못하는 무지한 동물들은 이를 감사히 여기고 따라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런 우상화 과정에서 기본 원칙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가 왜곡되어 '몇몇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로 바뀌게된다.

 

 두번째로, 나폴레옹이 스노우볼과 인간에게 씌운 누명을 살펴보자.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스노우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농장에서 추방된 후, 모든 부정적인 일들의 원인으로 몰아넣어져서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진다. 나폴레옹은 스노우볼이 저지르고 간 악행을 자신이 모두 해결했다 말하며, 자신을 정의로운 통치자로 보이게 한다. 또한 동물들이 메이저의 연설 이후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과 분노를 느낀다는 점을 이용하여, 이번엔 그 인간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을 정당화한다. 만일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인간이 언급되기만 하면 동물들의 분노는 다른 방향으로 휘어지고 나폴레옹은 거기서 잊혀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폴레옹은 자신의 실수와 실패에서 벗어나며 권력 유지에 성공한다. 

 

 세 번째로, 돼지들의 역사 왜곡을 살펴보자. 나폴레옹과 그 추종자들은 대부분 글 읽기를 못하는 다른 동물들의 무지를 이용해 과거를 조작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한다. 이런 과정에서 '동물 농장'의 원칙과 법률은 천천히 변형되고 왜곡되어 나폴레옹과 그 추종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분명 혁명 직후에는 침대에서 자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두 다리로 것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들은 인간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이에 의구심을 가지지만, 7계명은 이미 수정되어 있어 증거도 찾을 수 없었고 더군다나 이어진 가스라이팅으로 그들 스스로의 생각을 신뢰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모든 일은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동물들을 착각에 빠지게 한 애국심을 살펴보자.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혁명을 통해 스스로 이뤄낸 나라이다. 그 과정엔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승리를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쫓아내고 동물들끼리 독립을 이룬 나라라니. 자신들이 그 나라의 일원이라니. 동물들은 이런 애국심과 함께 자만심에 도취되어 방심하고 있었다. 노동 시간이 부당하게 늘어나도, 식량 배급이 갑자기 줄어들어도 동물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것은 모두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작은 희생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 나폴레옹이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줄 테니까. 이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폴레옹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들처럼 진심으로 공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동물들은 그들의 나라를 점점 잠식해가는 독재를 알아채기 힘들었을 것이다. 

 

 난 이 소설을 읽을 때, 가스라이팅도 그랬지만, 단조롭게 흘러가는 문체가 가장 신경쓰였다.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해 버린 듯한 분위기. 동물들이 전사했을때도, 나폴레옹에게 살해당했을 때도, 그리고 복서가 죽었을 때도 글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모든 것은 잊혀졌다. 이 흐름이 무섭도록 자연스러웠다. 동물농장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우린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토록 차분한 문체이기에 우리는 더더욱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을 통하여 동물농장이라는 이야기가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들,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할 때이다. 조지 오웰은 우리에게 참여를 촉구하고 있었다. 혁명과 반항이 의미없이 스러져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 스스로가 의지를 갖고 투항을 계속하기를. 과거를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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