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저희 학교 야구부 소개 기사가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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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상진 | 등록일 | 08.10.09 | 조회수 | 632 |
한겨레 신문에 저희 학교 야구부 소개 신문 기사가 실렸네요. 원문은 아래 글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기사 원문입니다. ====================================================== 소리 들리지 않아도 '우리는 야구 국가대표' 스포츠 다큐 <8> 성심학교 중심 첫 청각장애 야구 대표팀 구성 KOREA’ 유니폼에 싱글벙글…예산바닥 걱정
아웃 소리를 못 들었다. 박상수 감독은 가게로 가서 색종이를 샀다. “빨간색을 들면 노아웃이야. 노란색은 투아웃….” 소리를 못 듣던 아이들은 박 감독의 무지개 색종이로 야구를 배웠다.
10월1일, 기다리던 유니폼이 왔다. 맑은 가을 하늘색이다.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유니폼과 똑같다. 가슴엔 ‘KOREA’가 선명하다. 포수 이종환(22·STS 보광휘닉스)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유니폼을 받아들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종환은 고 3이던 2004년 출전했던 봉황기 야구대회를 잊지 못한다. “한번도 못 이겼지만, 그땐 정말 심장이 두근거려 심장병에 걸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에게 또 가슴 두근거릴 일이 생겼다.
그날 저녁, 박상수 감독이 모처럼 ‘고기 뷔페’에 데리고 갔다. 유니폼 받은 걸 자축이라도 하자는 것일까. 그런데 대표팀 왼손 에이스 김건형(충주 성심고 3)은 “목표는 고기 10근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이 “이 녀석, 안타나 홈런이 목표여야지 고기가 목표냐”고 해도 아랑곳없다. 접시 가득 고기를 담아와 게걸스레 먹기만 한다.
10월3일, 충주 탄금대 야구장. 박상수 감독이 양 손가락으로 작전을 걸었다. 도루와 함께 두 점을 불러들이는 적시타가 터진다. 공격이 끝나고 선수들이 들어오자 박 감독이 이번엔 손으로 말한다. “먼저 움직이고, 판단을 해야 돼. 방금도 작전 하나 때문에 두 점을 먹은 거야.” 한국청각장애인야구 1기 대표팀. 그들은 손으로, 표정으로 야구를 한다.
(왼쪽) 열일곱살 영태는 대표팀 막내 1루수다. 교감선생님은 영태가 “주전급”이라고 했고, 박상수 감독은 “후보”란다. 아직 모를 일이다. 안동에서 멀리 엄마가 시합을 보러왔다. (오른쪽) 그날 건형이는 홈베이스를 밟았다. “야구 너무너무 좋아요.” 서툰 말로 그렇게 말했다.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목동구장에선 제1회 2008 서울 국제농아인야구대회가 열린다. 청각장애인야구대표팀이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중국·대만의 청각장애 대표 선수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실력으로야 비장애인 중학교 야구팀 정도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경기에서 양보는 없다. 지난 7월 꾸려진 대표팀은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성심학교 야구부가 주축이다. 24명 중 19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2002년 4월,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이름을 적어내세요. 우리 학교도 야구부를 만듭니다. 교감선생님 씀.’ 이런 쪽지 하나로 국내 첫 청각장애야구팀이 생겨났다. 그해 9월 팀이 창단됐고, 여름·겨울 방학 때마다 20일 정도 합숙 훈련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하루종일 운동을 하고 밤이 되면 빈 교실에 매트를 깔고 잤다. 아이들은 불을 끄고 나면 조용해진다. 수화를 서로 볼 수 없으니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대신 제각각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때 마음속으로 함께 나누었던 꿈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받은 날, 야구부 주장 상현이는 고기뷔페에 갈때도 옷을 벗지 않았다. 안타치는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겠단다.
청각장애야구대표팀엔 ‘스타’도 있고, ‘후보’도 있다. 국내 첫 청각장애 프로선수 탄생을 꿈꾸던 장왕근(21·청주드래곤이어즈)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 ‘슈퍼스타’ 감사용 감독이 이끌던 디지털대학교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했었다. 지난해 성호형에 이어 야구로 송호대학교에 합격한 건형이(투수)와 현빈이(외야수), 꾸미는 걸 좋아해서 유독 거울을 많이 보는 막내 송영태(17)도 유력한 주전 후보다. “지금도 OB 베어스 박철순을 꿈에서 보곤 한다”는 도장집 사장 ‘맏형’ 박종호는 마흔살 후보 선수가 됐다.
대표팀엔 걱정거리도 있다. 한번도 넉넉해 본 적이 없지만 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예산이 바닥났다. “이런 얘기, 너무 궁색한데…. 애초 지원해주기로 한 쪽에서 손을 뗐습니다. 서울을 오가며 아쉬운 소리도 해보는데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박상수 감독은 “아이들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나중에 다 빚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합니까…”라면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2년 전 하루종일 거제도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뜨던 고득원(왼쪽)·득화 형제는 돌맹이 대신 야구공을 잡고 있다. 성심야구부의 꿈나무다.
2005년 봄, 성심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던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에서 하루종일 물수제비를 하던 아이들, 고득원(12)·득화(11) 형제다. 할머니가 키우는데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 사람이 보이면 친해지려고 다가오다가도 말로는 “가! 왜 집에 안가” 애먹게 수작을 건다. 이들은 지금 대표팀의 연습구장인 탄금대에서 야구 연습에 여념이 없다. 당장 대회 하나 치르기도 어렵지만, 박 감독은 이 아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엔 청각장애를 갖고,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한 선수가 없어요. 저 아이들이 메이저리그의 커티스 프라이드(LA 에인절스), 일본야구 이시이 유야(요코하마 베이스타즈)처럼 프로선수로 성장해서 청각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가을(17·성심고)은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래도 형들 따라 꾹꾹 훈련을 다 따라한다. 야구가 그만큼 좋다는 거다.
충주/글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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