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소개하는 부분을 잠시 보니 가난한 동네의 어린이들이 6.25전쟁 때 겪었던 일을 쓴 내용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끌려 읽긴 읽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이 책은 표준어가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투리라 하여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지만 사투리를 이해하는 게 불편했다. 전에 국어시간에 사투리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서 조금 도움이 되었다.
작고 작은 한 동네에 일직공립국민학교가 있었다. 국민학교라는 이름만 봐도 학교가 작고 학생 수도 적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일직공립국민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모두 형편이 가난했다. 가난해도 아무 불평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자기 자신의 형편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 점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 내가 철없던 때 우리 집이 왜 가난하냐고 부모님께 불평을 많이 했었다. 이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고 이 학교의 어린이들이 훌륭해 보인다.
유 준, 유 종, 종갑이, 금동이는 친한 사이로 가끔은 싸우기로 하고 웃기도 하면서 정이 들었다. 그래서 맛있는 거라도 있으면 나누어 먹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참 순수한 어린이들인 것 같았다. 나도 어릴 땐 친구들과 참 많이 싸우고 장난도 치고 놀았는데 나도 순수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어느 날 전쟁이 시작되었다. 7월 중순이 되면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짐을 들고 피난 가는 것이었다. 준이네 동네에도 전쟁이 들이닥쳤다. 헌병들이 새벽부터 찾아와 빨리 피난가라고 일러주었다. 새벽녘부터 식사도 못하고 걷다가 나흘 만에 도착한 ‘우보’라는 마을에서 짐을 풀고 푸욱 쉬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고달픈지를 이해하였지만 아이들이 많이 불쌍하다. 나라면 살기 싫었을 것 같다. 사실 가끔 소리가 잘 안 들릴 때 나는 화가 많이 나고 사는 게 싫다.
피난을 가다가 유준이가 종갑이네와 금동이네를 만났다. 고단한 피난길에도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콧노래도 불렀다. 고개 마루턱에서 짐을 내려놓고 떡을 먹었고, 다른 사람들은 감자를 쪄 먹기도 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의성 지방 어느 강변에서 잠자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잠든 때 강변 하나만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요하기만 하던 강변이 시끌벅적하더니 헌병들이 나타나 후퇴하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피난가기에 바빴다. 하긴 나라도 도망가기에만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헌병들이 좁은 길을 방해하는 소들을 모두 버리고 가라고 했다. 준이네도 소중히 아끼고 보살피며 정든 소를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갔다. 정든 것이란 쉽게 버릴 수 없는데 버렸으니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다. 나라면 하루 종일 눈물이 났을 것이다.
준이네는 천막을 다른 곳으로 옮겨 잠이 들었다. 그런데 준이와 종이는 쉽게 잠이 안 왔다. 왜냐하면 피난길에 버리고 온 소와 집에 두고 온 병아리 때문이었다. 금동이네도 마찬가지로 집에 두고 온 복실이(개)가 걱정되었다. 계속 되는 피난길에 종갑이네 할머니께서 못 참으시자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위해 준이, 금동이네와 헤어졌다.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매일 구걸해서 할머니께 드리긴 했지만 할머니는 결국 저세상으로 가시고 말았다.
한편 준이네와 금동이네도 마찬가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구걸하며 생활했는데 금아 언니가 그리워하던 오정식 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금아네 부모님은 오정식 씨를 만나자마자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족두리, 화장, 다홍치마도 없이 결혼식을 한 모습은 무척 초라했다. 피난길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 더 불쌍했고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정식 씨가 헌병들에게 잡혀갔다. 결혼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헤어지니 금아는 허탈했다.
그런데 며칠 후 기쁜 소식이 왔다. 바로 미국 맥아더 장군이 서울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기뻐 먼저 가려다 지뢰를 밟아 남자 아이가 죽고, 죽은 사람이 반쯤 담겨 있는 물을 마셨다가 토하고....
무사히 고향에 도착한 사람들은 헤어졌던 이웃들을 만나고 먹지 못했던 것을 배불리 먹고 폭격으로 인해 부서진 곳을 수리하고 농사도 지으며 열심히 살았다. 어른이 된 금동, 준이, 종갑이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 서울로 떠나서 일을 하기도 하고 부모님도 모시며 살았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사는 이들을 상상하니 배울 점이 무척 많게 느껴진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대한민국 사람끼리 싸우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탱크와 비행기들이 온 세계를 잿더미로 만든 전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고 불행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형과 아우가 서로 죽이려는 것처럼 전쟁은 커다란 고통이 따랐다.
현재는 전쟁을 마친 게 아니라 휴전 중이다. 지금 우리에게 다행일 것 같지만 미래의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 받는다면... 상상할 수가 없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아니 영원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남과 북이 빨리 통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비록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지만, 책의 내용만 봐도 얼마나 무섭고 고달픈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나도 청각장애를 이기고, 우리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