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훈련이 끝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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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일연 | 등록일 | 03.01.31 | 조회수 | 473 |
야구 이야기를 며칠 쉬었어요. 그 동안 어디를 좀 다녀왔습니다. 소개를 드리면 서울에 가서 홍성남 신부님을 만나고 왔지요. 우리 학생들 중에서 신부님을 아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는데 신부님은 지금 서울 상계동 성당에 계시지요. 우리 학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으셔서 예전부터 학교를 자주 찾아 주셨어요. 야구부와 관련해서 특별히 고마운 것은 지난 해 야구부를 처음 시작할 때,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막막할 때 우리를 도와주셨지요. 신부님 용돈을 모아 두었다가 야구 장비를 사라고 주셨고, 또 지난 가을에는 충주까지 찾아와서 선수들에게 저녁을 한번 사주기도 했어요. 이번에도 서울에서 만났더니 야구 글로브를 모아 놓으셨더군요. 서울에 갔다가 오고, 또 부산 구화학교에 출장이 있고해서 그 동안 충주를 며칠 떠나 있었어요. 야구부 겨울방학 훈련이 오늘 끝났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훈련이 없었습니다. 식사후에 가방을 챙기고 숙소를 청소하고, 그리고 모두 둘러 앉았습니다. 마치는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감독선생님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잘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냥 고맙기만 했습니다. 방학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해온 선수들이 고맙고 또 귀여웠습니다. 이 작은 아이들이 그런 고된 훈련을 이겨내주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마운 것은 야구부장과 감독, 코치선생님들이었어요. 이분들의 정성과 헌신이 있기에 성심야구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둘러 앉아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장애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답답하고 억울한 장애"를 벗어나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장훈이는 '베리 본즈'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베리 본즈는 미국 메이저 리그 센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의 홈런 타자예요. 그리고 본즈는 흑인 선수입니다. "봐라! 흑인이지만 누가 본즈를 무시하고 업신 여기느냐? 그와 마찬가지다. 너희가 이승엽이나 송진우 같은 유명한 야구선수가 된다면 누구도 너희를 업신여기지 않는다."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그 말을 하다가 보니 모두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깨달음이 온 것이지요. 마침 그 자리에는 지난 며칠간 도망가 있었던 종민이와 종환이가 와 있었어요. 그 동안의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종민이는 박선생님이 같은 반 친구인 박동진네 집에 찾아가서 데리고 왔습니다. 종민이 부모님이 지금 금산 어딘가에 살고 계시더고해서 어제는 금산까지 갔다가 왔습니다. 그런데 금산에 가서도 종민이 부모님을 만나지는 못했다고 해요. 금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청주에 들러서 종환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바로 어제 밤이지요. 종민이는 잘못을 반성하고 야구를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데 종환이는 아직은 아닙니다. 야구복을 반납하고 그만 두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선생님들이 모두 실망했습니다. 감독선생님의 실망은 더하겠지요. 종환이는 소질이 있는데,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아이인데 말입니다. 여하튼 아까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 얼굴을 보니 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늘 하듯이 화이팅을 외치고, 그리고 큰 박수를 치고 학교를 나서는데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쉬는 동안에 종환이도 마음을 가다듬기 바랍니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라는 격언을 생각하면서 야구선수가 되어서 장애를 극복하고 한번 멋진 삶을 살아보겠다는 그런 결심을 해주기 바랍니다. 어디 종환이 뿐이겠나요? 선수들 모두가 이번 기회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성심학교 야구부의 동계훈련은 모두 끝났습니다. 아이을은 모두 집으로 가고 학교는 다시 적막에 싸여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까요, 오래오래 준비했던 연극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간 후 홀로 남아 무대를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마음을 서로 나누며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박선생님은 조금전에 고향으로 멀리 떠났습니다. 감독님도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갖겠지요. 허탈함과 뿌듯함, 그런 느낌을 이야기하던데 편히 쉬고 좋은 설 맞기 바랍니다. 한 가지, 지난 번에 KBS에서 주선하셔서 우리학교에 버스 한대가 기증된다는 이야기 썼던가요? 지금 계획으로는 3월 12일 쯤 학교에 오셔서 기증식을 하게 됩니다. 그날 누가 오는지 아세요? 삼성 라이온스의 이승엽선수가 학교를 방문합니다. 이승엽 선수 이외에도 또 유명한 선수들을 보게 될지 모르겠네요. 자, 저도 오늘은 이만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야구부 이야기는 당분간 게속해서 홈페이지에 올릴 생각입니다. 성심학교 학생들, 선생님들, 그리고 야구부를 사랑하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설날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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