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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사건, 과잉반응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4.21 조회수 18

"큰일 났어요, 선생님. 이를 어쩌면 좋아요?"

김 선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털어놓은 사연은 예삿일이 아니다. 평소 학급 도난 사건으로 시달리던 차에 그날 어느 아이가 마침 3만원을 잃어버렸다. 이 기회에 범인을 잡아 뿌리를 뽑겠다는 그녀와 관심 없으니 빨리 집에 보내달라는 아이들과의 실랑이가 토요일 오후를 기웃한 햇살 아래 주저앉혔다.

"자수할 때까지 집에 못 갈 줄 알아!"

담임의 엄포 앞에 시간을 죽이던 아이들이 메모를 통해 영민이를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사물함을 뒤져 보라" 는 몇몇 아이들의 권유대로 영민이의 사물함을 이 잡듯 뒤졌다. 거기에 3만원이 고스란히 감춰져 있었다. 꼬리가 잡힌 것이다. 그러나 영민이는 끝내 오리발을 내밀었고, 정보를 준 아이 셋은 집요하게 영민이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마침내 불려 온 엄마도 "내 딸은 그럴 애가 아니다. 억울하다. 전에 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해 범인으로 몰린 적이 있다. 차라리 전학 가고 말겠다" 며 오히려 큰소리다. 담임은 그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반성은커녕 오리발이라니……. 학부모와 옥신각신 하는 동안 영민이는 정말 순식간에 전학을 갔고, 사건은 그렇게 매듭지어졌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그 사건이 엉뚱한 방향에서 이어졌다. 그때 정보를 제공했던 가영이와 소라가 사소한 것을 놓고 다투다가 사이가 틀어졌고, 그 과정에서 싸움은 '함께 모의했던' 모종의 사건을 털어놓는 양심선언으로 번졌던 것이다.

"평소 잘난 체하는 영민이가 미워서, 영민이 사물함에 돈을 넣어 놓고 사건을 꾸몄다. 감추려고 했지만 소라가 시잗한 일이고 우리는 구경만 했으니……."

자초지종을 듣고 난 김 선생은 질겁을 했다. 엄청난 사건 앞에서 눈물 또 눈물뿐이다. 어디에서부터 일을 수습해 나가야 할지 암담했던 것이다. 가해자 아이들은 양심선언을 했지만, 이미 피해자 영민이는 전학을 갔다. 김 선생은 가슴 아픈 실패담을 하나 갖게 되었다. 사실 이런 일이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은 ㅇ니지만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김 선생은 그후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난 사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 실패가 약이 된 것이다.

교실 도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교실에서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잃어버린 아이와 훔쳐 간 아이에게만 집착하여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을 주는 등 교사가 필요 이상으로 과잉반응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차라리 그때는 잃어버린 아이에게 급우들 전체가 돌아가며 위로의 말을 건네 주는 것이 어떨까?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얼굴 없는 범인에 대한 질책의 말도,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위로의 말도 그 자체가 예방과 치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도난 사건은 예방이 최고다. 즉, 면밀히 관찰하고 비밀리에 조사하여 도벽이 높은 아이를 그렇지 않은 아이들 두셋과 묶어 학급 방범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장을 시켜 특별 모둠으로 운용해 보라. 이동수업을 한다거나 할 때, '현금은 꼭 챙겨라' 라는 방범 모둠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학급을 평온하게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학급 내 도난 사건이 대폭 줄어들고, 사건 해결이 한층 민주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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