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4박성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중간 평가, 스스로를 심판대에 올려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4.18 조회수 20

"선생님, 왜 그때 저한테 '나'를 주신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점수 깎일 일은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정말 섭섭해요."

. 착찹한 마음으로 효진이를 보낸 뒤 서랍을 뒤적여 묵은 교무수첩을 펼쳤다. 그해 5월에 7일간 결석한 효진이의 결석사유 중 이틀이 무단결석으로 잡혀 있었다. 미처 병원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본인의 불찰이었지만 내용을 아는 담임이 충분히 보완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2학기로 넘어가면서 챙기지 못한 평점이 학년말에 생활지도 점수의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다. 중간에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점검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가' 몇 명, '나' 몇 명, '다' 몇 명, 그런 식으로 상대 평가를 하다 보니, 그저 누구는 '다' 를 주고, 누구는 '나' 를 주고 하기가 너무 애매하여 병으로 결석했든 말든 '결석한 아이'를 찍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시대에 선생 노릇 한 죄다. 제자에게 뒤늦게 사과를 해서 마음을 풀어 주었지만 영 개운치가 않았다. 만약 2학기 개학 시점에 맞추어 전체적으로 자기 평가를 겸한 중간 평가를 했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평가를 확인하고, 또 담임의 평가 과정에 참여했더라면 좀더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개학과 함께 새로 환경미화를 하고, 개인 면담과 모둠 재편성 등 할 일이 쌓여 있지만 먼저 1학기 때의 교무수첩이나 문서에 기록된 아이들의 생활지도 사항과 각종 수치를 꼼꼼히 점검해 볼 일이다. 평가 내역에 오류는 없었는지, 달리 생각해서 재조정할 일은 없는지를 '중간 평가' 하는 일은 학급지도와 생활지도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가부장적인 학교문화에서는 교사가 스스로의 실수를 보이면서까지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왕 하는 중간 평가라면 욕심을 좀 내어서 1학기 동안의 학급행사와 주요 생활지도 사항 등을 영역별로 묶어 설문지를 만들거나 평가 모둠을 구성해서 아이들과 함께 짚어 보며 반성할 점은 없는지, 확대시켜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를 모색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는 잘만 하면 종합적인 학급운여오가 생활지도를 펼치는 데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또 2학기를 새로운 기분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간 평가는 단순히 되돌아보는 것과 새로운 것을 여는 의미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하기에 따라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김 선생은 8 15 대사면처럼 1학기 때 사소하게 범한 마이너스 평점이나 사제지간에 쌓인 감정적 앙금에 대해서 일제 사면령을 단행한다. 2학기는 1학기의 연장선상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의 출발점을 새롭게 여미게 하도록 돕는 것이다. 남 선생은 자신에 대한 아이들의 시선을 점검하기 위해 20여 개에 달하는 내역의 학급운영 평가 설무지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심판대에 올린다. 중간 평가는 그렇게 자기 평가, 상호 평가, 종합 평가를 통해 학급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전글 생활 속의 '공부' 의미를 살리는 시험 후 학습지도
다음글 임원 구성, 교사 마음 비우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