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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구성, 교사 마음 비우기부터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4.15 조회수 18

3월과 9월은 학급 정치의 계절이다. 학기마다 정부회장을 뽑는, 즉 반장 선거와 임원 선출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치맛바람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학급 반장 자리는 교사와 부모가 적잖게 신경을 쓰는 자리다. 3월이 되면 담임교사는 어떤 아이들을 임원으로 선출하여 학급 한 해 살림을 맡길 것인가 고심한다. 세계에서 드물게 전적으로 학급에 의존하는 학교 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꼭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가 아닐지라도 반장이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엄청나다.

학교가 사회의 못자리이듯이 학급은 그 학교의 분위기를 탄다.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인 종적 질서를 강조하는 사회이다 보니 반장과 임원을 뽑는 기준은 학교마다 큰 차이가 없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경제력 있는 부모를 둔 아이, 혹은 드물게 '인기 짱' 인 아이……. 선출이든 임명이든 반장과 임원은 대개 그런 면면을 고려하게 된다.

나도 교직생활 초기에는 그렇게 학급 임원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줄 알았다.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능력이 있는 학부모를 임원의 부모로 만나야 학부모회도 구성할 수 있고, 머리 좋은 아이가 반장이 되어야 복잡한 학급 잡무(학급비, 쌀, 휴지, 캠페인, 우유값 걷기, 환경미화 등)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점점 민주화되어 가는 데 비해 학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물론 학교붕괴로 불리는 아이들의 속도감 있는 문화가 형성된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학급마저도 약육강식의 사회로 만들 수는 없다고 다짐하지만 교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 다짐을 슬그머니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린다. 그러다 보면 학급은 교사에게 귀여움 받고 사소한 실수 정도는 임원이라는 팻말로 가려 가며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임원들의 천국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아무리 교육개혁을 부르짖어도 교실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데도 말이다.

3월에 선생님들은 '마음 비우기' 를 연습해야 한다. 교장이 어머니회 임원감을 요구해도, 한 해 학급 살림이 어렵더라도, 교사는 스스로의 원칙과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는 과욕을 자제하고 자녀를 아이들의 숨결이 넘치는 아름다운 '교실' 에 맡겨야 한다. 담임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가 임원이 되기를 바라지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 가 반장이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라도 임원을 맡으면 모둠 활동을 통해 훈련시키고 조직화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교실은 이 사회의 모델읻. 좋은 교사들이 차고 넘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교육과정도 올바르게 고치고, 교장도 학부모와 교사의 손으로 뽑고, 무엇보다 학생회의 자율권을 대폭 신장시켜야 한다. 교실이 변하면 교육이 변하고, 아이들이 아름다우면 세상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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