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에 연재된 교장 신부님 칼럼(2009년 09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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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광재 | 등록일 | 09.11.13 | 조회수 | 754 |
2009년 09월 14일자 충청투데이에 연재된 교장 신부님 칼럼기사입니다. 제목 : 나는 너를 위해서, 너는 나를 위해서 …
몇 년 전에 이탈리아에 있는 사제학교를 다녀왔다. 그 학교에서는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성경말씀대로 살 수 있는가를 배우는 학교였다. 그런데 학교 규칙상 혼자 방을 쓸 수는 없고, 항상 두 명이나 세 명이 함께 한 방을 써야 했다. 어느 날 아프리카 신부님과 함께 둘이서 방을 써야 했는데, 그 아프리카 신부님이 얼마나 까만지 밤에 보면 정말 안보일 정도로 까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특유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 아프리카 신부님에게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창문을 조금 열어 놓기로 하였다.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까, 또 냄새가 많이 났다. 가만 보니까, 열어놓았던 창문이 닫혀 있는 것이었다. "누가 창문을 닫아 놓았을까?" 하고 또 창문을 살짝 열어 놓았다. 그런데 화장실을 갔다가 방에 들어 왔더니 또 창문이 닫혀 있는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고는 창문을 또 열어 놓았다. 알고 보니, 그 아프리카 신부님이 창문을 살짝 닫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신부님, 신부님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창문을 좀 열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창문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말하기를, 자기는 열대지방에서 살다가 왔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추우니까 창문을 닫아야겠다고 하면서 창문을 닫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거의 한 달을 싸우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신부님이 묵상을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묵상을 하면서 열대지방에서 온 신부님이 창문을 열어 놓았을 때, 얼마나 추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그 신부님을 먼저 사랑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냄새가 났지만 신부님을 구체적으로 사랑해 주기 위해서 창문을 닫았다.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나쁜 냄새도 좋은 냄새로 바뀌는 것이었다. 그런데 밖에 나갔다가 방에 들어오니까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춥다고 하는 그 아프리카 신부님을 생각하면서 창문을 닫았다. 그런데 화장실을 갔다가 오니까 또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살펴보니까, 그 아프리카 신부님도 나를 먼저 사랑해 주기 위해서 자신은 춥지만 나를 위해서 창문을 열어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서 나는 냄새를 싫어하지만,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창문을 닫겠다"고 하면서 창문을 닫았더니, 그 신부님도 아니라고 하면서 "나도 조금은 춥지만, 냄새를 싫어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창문을 열어 놓겠다" 하면서 창문을 열어 놓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또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지내다가 헤어진 적이 있다. 이 체험을 통해서 배운 것은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되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온 세상이 사랑스러워 보일 것이고, 모든 이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를 위해서, 너는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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