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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에 연재된 교장 신부님 칼럼(2009년 07월 20일)
작성자 이광재 등록일 09.11.13 조회수 663

2009년 07월 20일자  충청투데이에 연재된 교장 신부님 칼럼기사입니다.


제목 : 세상사는 이야기

 

어느 날 2억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아보니까, 그 집을 산 사람이 은행 대출금을 갚질 못해서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이가 없었던 것은 집지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자기도 그 사람에게 받을 돈이 있다고 하면서 가등기를 해 놓았기 때문에 경매 1순위는 은행이고, 2순위는 집을 지은 사람이고, 우리는 3순위라는 사실과 경매가 이루어진 이후 3순위이기 때문에 경매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그냥 집을 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 빼앗기고, 집에서 쫓겨나야 할 신세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까, 전세계약을 할 때 집 주인이 은행에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세권등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저에게 사정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그 사정을 들어준 것인데, 그 사정을 들어 준 것 때문에 전세금을 빼앗기게 되었다. 참으로 억울한 생각이 들었고, 그 전세금은 여러 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것인데, 이를 어찌해야 해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선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대처해야 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다행이었던 것은 전세 계약을 할 때, 전세권등기는 안했지만, 전세금에 대한 공증을 해두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승소할 수 있었고, 잃어버린 전세금 2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 사정 봐주다가 큰 코 다치는 세상이다. 약삭빨라야 살 수 있는 세상인 것 같다. 착한사람은 상을 받게 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된다고 알고 있는데, 세상을 살다보니 악한 사람이 상을 받는듯하고, 착한 사람은 벌을 받는듯하다.


요즘 전국에서 모인 여러 신부들이 서울 용산에 모여 기도도 하고 미사도 하고 농성도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억울하다고, 힘들다고, 어렵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현장에 가보았지만, 너무한 것 같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사람들이 불에 타서 죽었고, 그 사람들이 다섯 달이 넘게 냉동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어째 그들은 냉동되어있는가? 그들을 생각할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누구는 돈 많이 벌었다고 하면서 300억이나 넘는 돈을 내 놓는다며 칭찬을 받는데, 누구는 돈 때문에 불에 타죽고도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영안실 냉동고에 얼음이 되어 있는가?


모든 사람은 다 평등하고, 똑같은 사람이건만 왜 이렇게 차이와 차별이 심한가?


모든 인간은 존엄한데, 왜 이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존경받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물음들을 던지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3.5%이나 청년 실업률은 8%에 이르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자는 2003년에 3856명이었으나,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개인회생신청자는 5210명으로 급증하였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농촌경제가 파탄되어 가는 현실은 한국사회의 서민대중들의 삶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현상과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양극화 현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의 삶이 어려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재화가 소수재벌의 수중에 집중됨으로서,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늘어나고, 중소기업과 농촌경제가 파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모든 사람이 더불어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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