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신부님 충청투데이 칼럼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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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광재 | 등록일 | 09.11.10 | 조회수 | 753 |
2009년 11월 09일자 충청투데이에 연재된 교장 신부님 칼럼기사입니다. 제목 : 금단현상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해야 할 일거리를 가지고 산 속에 있는 집에 홀로 지내고 있을 때 눈이 정말 많이 왔다. 사다 놓은 담배가 없어서 ‘어떻게 할까. 많은 눈 사이를 비집고 사러 나갈까’ 아니면 ‘이런 김에 담배를 한 번 끊어볼까’ 하다가 이참에 담배를 끊어 보자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평소에 담배를 피우는 것 때문에 무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피우던 담배를 끊으면 금단현상이 온다는데, 나에게 온 금단현상은 잠이 안 오면서 자꾸 허무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하기야 25년 동안이나 피우던 담배를 갑자기 끊었으니, 몸에서 이상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새벽 2시, 3시, 4시가 되어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자꾸 ‘이렇게 살 가치가 있는 것인지’ 허무한 생각이 들면서 난생 처음으로 참으로 고독하다느니, 외롭다느니 하는 말마디를 사용해 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버린 것만 같은 비참한 생각들이 들면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이럴 때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고통을 겪게 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고자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쨌든 담배를 끊으면서 오게 되는 금단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헤매이게 되었는데 ‘이렇게 힘들게 담배를 끊을 필요가 있나? 담배를 다시 피울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십자가에 못 박히고 우리로부터, 아니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성부 하느님으로부터도 철저하게 버림을 받은 예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무릎을 끊고 "하느님, 모든 고통은 십자가 위에서 못 박히고 버림받으신 예수님의 것이고, 또한 저의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이 고통스러움을 잘 받아들이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많아서 아직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 기도 덕분으로 25년 동안이나 열심히, 맛있게 피우던 담배를 오늘까지 10년째 끊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체험을 통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우리는 아픔을 통하여 기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고통이 있다든지 불만족스럽다든지, 어떤 기쁨이나 평화가 없을 때 겪게 되는 아픔인데, 이 아픔이 바로 십자가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아픔이 없다면 아픔이 없어서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진정으로 아픔이 없다면 십자가도 없고 죽음도 없겠지만 십자가도 없고 죽음도 없으므로 부활의 기쁨도 없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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