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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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형식 | 등록일 | 14.11.19 | 조회수 | 388 |
어느 식당에 가서 액자에서 시를 보았습니다. 오른 쪽 끝부분에서 부터 차근차근 세로 글쓰기를 하여 왼쪽 끝까지 아주 멋있게 쓴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맨 왼쪽 아래를 보니 'OOO쓰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시는 분명 정호승 시인의 시인데 OOO라니. 식당 주인에게 연유를 물은 즉 붓글씨를 쓴 이가 바로 OOO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러면 '정호승 시를 OOO가 쓰다'로 메모를 해서 붙여 놓으시는게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시를 OOO가 쓴 것으로 알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정호승 시가 좋다. 그의 시는 그저 감성만 이어 맞추는 <순수시>가 아니라 작가 자신과 우리의 생활을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시를 쓰는게 아니라 한참 동안 달이고 달인 맛이 납니다. 아래에 그의 시를 소개합니다. 우리의 단점, 부족함, 열등감을 치유하는 시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시를 검색하다보면 게재자마다 시의 줄이 다르고, 연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아마 게재자 자신이 자기 나름대로 읊기좋게 고치는가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를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를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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