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코끼리를 통째 삼킨 보아구렁이의 그림을 그려 놓고 어른들에게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 보자 어른들은 "모자가 왜 무섭냐"고 되물었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사막에 불시착한 후 어린왕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양을 그려 달라는 어린왕자의 청에 못 이겨 그림을 그려 주나 번번이 퇴짜를 맞자, 생텍쥐페리는 상자 하나를 아무렇게나 그려 주고는 "네가 갖고 싶어하는 양이 그 안에 있다"고 말해 버린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놀랍게도 "내가 갖고 싶었던 건 바로 이거야!"하며 좋아한다.
어린왕자의 별에는 세 개의 화산과 한 송이의 장미꽃이 있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투정과 허영과 교만 투성이인 장미꽃 때문에 어린왕자는 쓸쓸하고 불행하게 느껴져 어느 날 자기 별을 떠나서 다른 별들을 방문하게 된다.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려고만 드는 어른을 가리킨다.
두 번째 별에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 이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영장이가 살고 있었다. 그것은 위선 속에 사는 어른이다.
세 번째 별에는 술을 마신다는 것이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그것은 허무주의에 빠진 어른이다.
네 번째 별에는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세고 있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것은 물질 만능의 표본 같은 어른이다.
다섯 번째 별에는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남을 위해 유익한 일은 하고 있으나 기계 문명에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처럼 자기 일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어른을 뜻한다.
여섯 번째 별에는 자기 별도 여지껏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것은 이론 속에서만 사는 행동이 결여된 어른이다.
일곱 번째 별은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였다. 어린왕자는 우연히 아름다운 장미가 하나 가득 피어 있는 정원을 보게 된다. 그 꽃들은 자기의 별에 두고 온 그 교만스러운 꽃과 아주 닮아 보이는 꽃들이었다. 어린왕자는 갑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자기는 지금까지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는 그와 닮은 꽃이 수없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만 풀밭에 엎드려 울고 만다.
어린왕자는 지혜로운 한 마리의 여우를 만나게 된다. 너무 쓸쓸한 탓으로 친구가 되자고 제의했으나 여우는 길이 들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노라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설명해 준다.
"넌 아직 나에게는 수많은 꼬마애들과 똑같은 꼬마에 불과해.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하지도 않고 너 또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나는 네게 있어 그 많은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거든. 그러나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되는 거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네게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여우는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으니까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자기를 길들이라고 일러준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우는 말이란 오해의 원천이 되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매일같이 자기를 그저 보러 오라고만 주의시킨다. 말이 앞서는 우정보다는 마음과 마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우정의 방식을 여우는 택했던 것이다.
길들인 것에 대하여 소중함을 깨닫게 된 어린왕자는 정원에 핀 그 수많은 꽃들이 자기의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장미들은 자기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우와 작별 인사를 할 때, 여우는 선물로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준다.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그리고 이런 말도 해준다. "네 장미가 네게 그다지도 소중한 것은 그 장미를 위하여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고 있어. 그러나 너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내가 길들였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세상에 오직 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고, 그를 위하여 마음을 쏟는 귀중한 시간들 때문에 그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숱한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갈증에 목말라하는 생텍쥐페리와 함께 사막에서 우물을 찾으러 나선다. "배고픔도 갈증도 없고, 햇빛만 조금 있으면 되는" 어린왕자였지만 "물은 마음에도 좋을 수가 있어서" 우물을 찾는다.
"별들이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왕자는 말한다.
어린왕자는 지구에 떨어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 두고 온 장미를 책임지기 위하여 자기 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그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더 없는 슬픔을 느끼는 생텍쥐페리에게 왕자는 이렇게 위로한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 중의 하나에서 살고 있고, 내가 그 별 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될 거야. 그리고 위로를 받으려 할 때는 나를 안 것이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가 되지. 나하고 웃고 싶어질 거고, 그리고 가끔 그냥 창문을 열겠지..."
"아저씨, 나도 별을 쳐다볼 테야. 모든 별들은 녹이 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이 되겠지. 그 별들은 내게 마실 물을 퍼 줄 거야. 그건 아주 재미있겠어! 아저씨는 5억 개의 방울을 갖는 거고, 나는 5억 개의 샘물을 갖는 거야..."
어린왕자는 나무가 넘어지듯 조용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무겁지도 않은 몸뚱이를 가지고 자기의 별까지 갈 수가 없어서 그는 낡은 껍질처럼 육신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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