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건강 지켜주는 ‘보리’
내일신문 2010-06-28
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더위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잠깐 시원한 느낌을 즐기려다가 장이 탈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여름철 생활수칙을 보면,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해주고 찬 음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한다.
찬 음료나 빙과류를 먹게 되면 바깥 날씨와 달리 속이 냉해져 쉽게 탈이 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차가운 음료보다 실온에 30분 정도 두었다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여름철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장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무더운 날씨라도 배가 드러나는 옷을 입거나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더울 경우 배에 얇은 수건만이라도 덮고 수면을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평소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을 알아두고 섭취하는 것도 여름철을 슬기롭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장 기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식이섬유 섭취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리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철 채소와 해조류, 콩류에 식이섬유가 많다.
너무 차가우면 장 기능 약해져
흰쌀밥보다는 쌀눈이 있는 거친 잡곡이 장 건강에 더 좋다. 흰쌀밥에 함유된 섬유소의 양은 1g인 데 비해 보리밥과 현미는 5~8g 정도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은 장운동을 돕고 노폐물을 빨리 배설하게 한다. 물론 부드러운 쌀밥에 비해 먹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따라서 곡물을 여러 종류보다 한 가지씩 첨가하고 밥을 짓기 전에 1시간 정도 불린 후 하면 좀 더 부드럽다. 또 과식을 피해야 한다. 위에 음식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장의 기운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평소 적정량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여야 장에 가스가 차지 않는다.
잡곡류 중 보리밥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보리밥은 전쟁 후, 어느 것 하나 풍족한 게 없던 시절에 가난한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 주던 고마운 먹을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의 상징’이 아닌 ‘웰빙의 시작’으로 변신한 보리밥이 됐다.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미용식과 소화도 잘되고, 당뇨에도 좋은 웰빙식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보리를 ‘10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했다.
또한 보리·현미 등의 잡곡이 심장동맥이 막히는 것을 막아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크포레스트대학 멜렌 박사팀이 28만5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6~15년간 연구한 결과, 평균 하루 2.5회 이상 잡곡류를 먹은 사람들이 잡곡류를 거의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약 25% 가량 낮았다.
보리는 세계 10대 건강음식
잡곡류는 과거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져왔다. 특히 잡곡류 안에 포함된 섬유소 및 다른 영양소는 혈관기능을 개선시키고 혈액순환계의 염증을 줄일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혈당, 인슐린 수치를 낮춘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 겨울에 자란 ‘보리 한곡(寒穀)밥’에 막 담은 어린 열무(熱無)김치는 그 이름부터가 시원하다. ‘보리밥’에 물 말아 곁들인 된장·고추도 그 맛이 천하의 진미이다.
행여 등산길 자락에 자리잡은 ‘보리밥집’이 나오거든 식사 장소를 ‘보리밥집’으로 정하고 등반을 시작하는 것도 여름철 건강을 챙기는 비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