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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쟁보다 상생.. 개인 인센티브 없애자 팀워크 살아나
작성자 조정자 등록일 15.11.10 조회수 168
미래의 기업을 이끌어나갈 리더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미래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경쟁보다 협동, 상쟁보다 상생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한 번 주변을 살펴보면서 읽어보세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운다. 근면 성실한 태도로 폐허에서 산업화를 이뤄 냈다는 점, 그리고 국제화 시대를 거쳐 이제 세계 곳곳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성공 신화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 진입하게 되면서 직장인들은 의문에 빠지게 됐다.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성취감보다는 피로가 점점 쌓여 간다. 그런 점에서 2014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평가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이 올해 상반기 발표한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는 시사점이 있다.

잡플래닛에서는 전현직 직장인이 기업 재직 경험에 대한 평가를 올려놓는데,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서비스 시작 1년 반 만에 연봉·복지·사내 문화와 관련된 기업 정보 약 50만 건이 축적됐다. 이 빅데이터에는 현재 한국인이 직장에서 원하는, 또는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 ‘좋은 직장’은 사내 문화가 좌우

직장인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은 상위 10개 회사에 대한 칭찬 키워드를 분석해 보니, 직원들이 평점을 줄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사내 문화’였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경영진 △사내 문화 중 이 부분이 기업 평가를 좌우했던 것. 역동적이고 상하 소통이 잘되는 사내 문화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군대식 문화가 지배적이거나 아랫사람에게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윗사람이 책임을 안 지는 회사일수록 평가가 나빴다.

휴가도 만족도에 중요한 변수였다. 휴가는 보통 복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휴가를 문화의 일부로 생각했다. 아무리 휴가 일수가 많아도 실제로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문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

그 다음으로 빈도가 높은 칭찬 키워드는 △기회 △(업계) 최고 △복지 △분위기 △사람 △글로벌 △직원 △자유 △성장 △수평 순이었다. 이인묵 잡플래닛 대외협력실장은 “복지와 급여는 직장을 선택할 때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입사 후에는 그 급여가 조금 더 오르는 것이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편한 일만 찾고 일하는 시간이 적은 곳만 선호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분석 결과는 달랐다. 일이 많더라도, 성장 기회가 많거나 해외(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 개척이 가능한 곳을 선호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코리아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성’은 매우 낮고 근무 시간도 길다는 평가를 받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직장인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쁜 평가를 받는 회사들도 공통점이 있었다. △보수적 △급여 △야근 △비효율 △체계 없음이 주요 묘사 어휘였다. ‘끔찍’ ‘최악’처럼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곧 기업 평가와 직결됐다. 윗사람의 심기에 따라 회사 정책과 사내 문화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 ‘자발적인 동기 부여’로 스트레스 줄여야

과거에는 기업들이 직원의 ‘행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피로사회’는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일부 회사는 자율 출퇴근제, 무한 휴가제도 등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전적인 ‘당근과 채찍’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발적인 동기 부여와 자율적인 업무로 기업과 직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를 시도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벤처기업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3월 영업직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했다. 그동안 이 회사 영업본부 소속 직원들은 가맹점 계약 건수를 따낸 만큼 급여를 받았다. 당장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직원들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도록 만든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좋은 영업 노하우도 공유되지 않았다.

인센티브제를 없앤 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변화가 있었을까. 김수권 우아한 형제들 상무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팀워크다. 이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같이 잘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5명이지만 지난해에는 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 목표치도 1개월 앞서 달성하면서 그해 12월에는 개개인에게 지급할 인센티브를 모아 영업본부 전 직원이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다.

모바일 교육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는 파격적인 출퇴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이고 개인 사정이 있거나 집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하는 직원이라면 굳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올해 6월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는 전 직원이 한 달 동안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직원 100여 명 중 회사에 나와 근무하는 직원은 절반 수준. 나머지는 집, 카페 등에서 자유롭게 근무한다. 어린 자녀를 둔 기혼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통상 휴가를 가려면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휴가 결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e메일로 휴가 일정을 공유하는 게 유일한 ‘절차’다.

박현우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은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한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근무 장소나 휴가 일정 등에 대해 동료의 동의만 구한다면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긍정마인드 문화생활로 스트레스 풀고 상처 치유 ▼

이동환 피로클리닉 원장의 힐링법

출근길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누군가는 재수가 없었다며 최악의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아 크게 다치지 않았다”며 감사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똑같은 상황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피로를 줄이려면 조직의 변화뿐 아니라 개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정글 같은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성격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동환 만성피로클리닉 원장(대한만성피로학회 명예회장·사진)은 마음가짐을 바꾸는 방법으로 ‘스트레스 낯설게 보기’와 ‘심리적 동화 기법’을 추천했다. 이 원장은 마음가짐의 정의를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의 방식,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낯설게 보기’는 늘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스트레스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방법이다. 이 원장은 “업무 실수로 상사에게 혼나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더라도 ‘오히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 번만 (일기장에) 적어보면 된다. 그렇게 달리 보는 하루가 쌓여 새로운 생각의 습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동화기법’은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한 육체를 가지듯, 건강한 심리적 자극을 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독서와 음악 감상 등 문화생활을 하거나 각자의 힐링 시간을 가지며 감동을 받는 것을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그간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표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꾸준히 영양제를 챙겨 먹는 등 식습관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 원장은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오는 법”이라며 “현대인 대부분은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마그네슘 결핍에 걸려 있는데 틈틈이 이를 보충해줄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피로도를 줄이는 중요한 팁”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자리부터 찾는 것을 이 원장은 “자폭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술 마실 때 잠깐 잊고 있던 스트레스는 다음 날이면 되살아난다. 그 순간만 잠시 잊고 있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면 안 그래도 부족한 마그네슘이 빠져나가 근육이 경직되고 오히려 체력이 더 떨어져 피로의 굴레에 빠진다”고 말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노지현 기자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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