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드라마·영화 등에서 왜곡된 직업 관련 지식 얻어
진로 선택에 드는 ‘비용’ 안 알려주고 “꿈을 키워라”는 잘못청소년들에게 너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직업 명칭을 말한다. 그리고 청소년의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도 대부분 학과 명칭이나 직업 명칭을 말한다. 많은 학부모와 청소년이 고민하는 직업진로와 관련한 똑 떨어지는, 현명한 답이 없는 현실에서 좀더 나은 진로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 가운데 하나를 직업 및 진로정보라는 관점에서 찾고자 한다.
흔히 말하는 직업이란 무엇이고 꿈이란 무엇인가? 먼저 직업이란 하고 싶은 일들을 표준화한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 적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 적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일’은 사람마다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리사가 수행하는 일은 요리사 일을 하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직업 명칭은 요구되는 적성과 능력, 수행하는 일 가운데 공통적인 요인을 찾아서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업 명칭은 공통성에 의해 추출된 표준화된 적성, 능력, 직무(job)의 결합체다.
반면 꿈이란 무엇인가? 꿈에 대한 정의는 더욱 어렵다. 흔히 꿈이란 실현되기를 바라는 바람이나 희망이다. 꿈의 또다른 의미는 실현가능성이 미흡하거나 전혀 없는 헛된 생각이나 바람(hope)이다. 즉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라는 문제와 ‘바람’이라는 문제가 결합된다. 즉, 꿈의 본질은 ‘불확실성 및 막연함’이라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직업은 현실인데 꿈은 이상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직업이라는 것은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꿈은 막연하고 이상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전적 정의를 활용하여 각자의 최적의 진로모형을 설정한다면,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하고 본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학과선택 또는 진로계획을 수립하여 본인이 ‘수행하고자 하는 일’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면 좋은 진로설계가 이뤄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논리적이고 견고한 진로설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는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교과서적인 답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서적인 진로탐색의 질문과 답변을 시도해 보자.
먼저 “개인의 적성과 능력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가장 손쉬운 접근방법은 적성검사라고 답하는 것이다. “수행하는 일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흔히 하는 대답은 직업사전을 보면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하는 일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은 직업선호도 검사를 받거나 직업사전을 펼쳐놓고 희망하는 직업 명칭을 정하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인터넷 정보검색이나 선배들의 조언을 참조하면 되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교과서적인 답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노”라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교과서적인 이러한 대답에 동의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걸까? 사실 내가 읽은 수많은 직업 또는 진로관련 서적이나 논문, 각종 기사, 상담 등이 이러한 접근법을 택하여 답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나는 “노”라는 외침의 이유를 진로 설계 단계 및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의 한계와 오류에서 찾고자 한다.
앞서 교과서적인 접근법과 모범답안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잡음(information noise) 때문이다. 앞서 제시된 진로탐색 절차의 첫번째 가정은 주어진 정보가 잡음이 없는 완전한 정보라면 성립할 수 있는 절차 및 해법이다. 먼저 ‘나의 능력과 적성을 찾는 데 적성검사는 완벽한 도구인가?’ 이 질문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전문가의 대답은 불행히도 “노”이다.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말한다. 주로 지적되는 적성검사의 한계는 자기응답 방식, 분류 및 매핑과정에서 미스매칭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사전 찾고 적성검사 받으면 해결될까?
두번째 질문인 ‘직업사전의 정보는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가?’ 이 대답 역시 “노”다.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직업사전에서 제시된 정보는 수행직무의 특성을 파악하기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어떤 사람이 수개월에서 수십년에 걸쳐 수행할 일을 한두 쪽 글로 전달하기란 매우 어렵다. 정보의 양도 문제지만 질적 측면에서 직업정보와 관련하여 고충이나 비애 등 어두운 측면의 현실적인 정보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균형 잡힌 정보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수많은 언론에서 각 직업종사자와 관련한 비리, 스캔들 외에 직업적 고충을 이야기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제공조차 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직업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역이다.
수많은 진로 교과서와 진로 강의자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희망하는 일을 찾거나 본인 적성에 꼭 맞는 직업을 택해야 된다고 소리 높여 말한다. 흔히 ‘진로탐색’, ‘꿈 찾기’로 표현된다. 하지만 사회적 경험이 많은 성인한테도 어려운 문제를 우리의 청소년은 중학생부터 잡음이 많은 정보나 불충분한 정보를 활용하여 진로선택을 해야만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정보잡음의 문제는 교실을 떠나면 더욱 심각해진다. 교과서적인 정보가 불충분한 정보 및 정보잡음을 가진다면 각종 상업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정보는 잡음의 수준을 떠나 오염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기관은 학생 또는 훈련생을 모집하기 위하여 각종 광고 매체를 활용하여 과장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각종 드라마나 영화는 시청률 및 흥미를 위해서 극화된 직업 캐릭터를 묘사하게 된다. 티브이 속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연애가 주된 일과이며 각종 젊은 전문 직업인은 넓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일하며 고급 술집과 차량을 이용하는 계층으로 부각시킨다. 이러한 간접적 직업정보는 거의 현실과 괴리된 직업 이미지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왜곡된 직업 이미지를 통하여 진로를 선택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희망하는 직업의 실현 가능성 중요
지금까지는 직업정보 가운데 적성검사, 직업정보와 관련하여 정보잡음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제부터 제시할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정보 자체가 없는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는 희망 직업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한 문제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부분의 경우 진로탐색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청소년 권장도서나 진로교육에서 자존감 또는 동기부여 등의 이유를 말하며, ‘꿈에는 한계가 없다’거나 ‘큰 꿈을 꿔라’ 등의 논리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로탐색에 있어서 실현 가능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진로를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지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전에 정보화된 진로선택에 따르는 꿈의 실현과정 속의 고통과, 진로선택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고통에 대한 반응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모든 정보는 불확실성과 잡음이라는 문제를 가진다. 직업 및 진로 관련 정보도 예외는 아니다. 사전에 높고 험난한 산인 걸 알면서 길을 떠나는 것과 평탄한 산인 줄 알고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업진로라는 어려운 결정의 출발점은 양질의 정보접근에서 시작된다. 지금 청소년의 진로선택은 적성검사부터 학과선택, 직업선택까지 수많은 정보잡음, 불충분한 정보, 오염된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게임이 아닐까? 잘못된 지도로는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없으며, 원치 않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강요할 수 없다. 잘못된 정보는 운전자가 엉뚱한 곳으로 빠지게 하므로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직업진로의 시작은 정확한 정보를 대상자에게 주고, 그 결정을 하게 하는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