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맞고 잠시 상처 받아도
부모에 대한 믿음 되살아나“여진아~ 사랑해.”
“엄마 유치하게 왜 그래?”
평소에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풍부하게 표현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행복하다. 아이의 자존감, 공감 능력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도 사랑의 표현임을 수많은 연구들이 증명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 말이 입에 붙질 않을까? 왜 그렇게 자연스럽지도 않고 몸이 오그라드는 것같이 느껴질까? 너무 당연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해서일까? ‘그걸 말로 표현해야 알까’라는 의구심 때문일 수도 있고 말로 표현해버리면 그 소중한 가치가 훼손될까 걱정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생각을 한번 바꾸어 보자.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부모의 아이는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없어서 항상 불안하다. 이런 아이가 야단맞고 질책을 당하면 이런 확신은 더 커지고 앞으로도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더 커질 것이다. 만일 실망스럽고 좌절할 일이 생겨도 아이는 감히 부모에게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부모가 사랑한다는 마음을 곧잘 표현한 경우 아이들은 부모의 질책에 잠시 상처를 받더라도 곧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틀린 것을 고쳐 주고 있다는 믿음이 살아나 관계는 망가지지 않고 다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부모의 신뢰와 사랑의 표현은 아이가 불안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는 어느 때 어떻게 십대 자녀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녀들과 마주친다. 그런데 얼굴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무슨 특별히 할 말도 없고, 문제나 갈등도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좀 어색하지만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이건 좋지 않다. 뭔가 찜찜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와 잘 소통하기 위해 뭔가 해둬야 할 것 같다. 그렇다. 그냥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말하면 된다.
가령, 아들 방에 두고 온 잡지를 들고 나오면서,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아이는 비웃으며 못 들은 척할 수 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문을 열고, “엄만데, 사랑해”라고 말하고 문을 사뿐히 닫아보자.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한번 용기를 가지고 문을 열면서, “누구야, 사랑해”라고 말해도, 아이는 “바보같이 왜 그래?” 하면서 엄마를 구박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근데 얼마만큼 사랑하는데?” 하고 귀엽게 되물을 수도 있다.
아침 출근길 학교에 늦었다면서 정신없이 차에서 내리는 딸에게도 아빠는 “우리 딸 사랑해~”라고 틈새 공략을 할 수 있다. “바쁜데 주책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딸의 마음에는 아빠의 사랑이 스며들어 어딘가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부모로서 아이의 마음에 다다르기 위해 무언가 계속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요구하는 것 없이.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모가 무엇을 보답으로 바라겠는가? 아이도 부모에게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요”라고 대답하길 기대하겠는가. 아님 아이가 갑자기 착해지고 부모를 존중하길 바라겠는가. 무조건적인 지원이다.
기쁜 소식은 십대 아이들도 실제로는 이런 말을 부모한테서 정말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비록 부모의 사랑 표현에 겉으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마음속 깊이 그 표현이 지닌 메시지는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리고 더 좋은 소식은 이런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자주 표현할수록 그 마음은 점점 더 커간다는 것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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