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특강 ⑦ 내 아이와 통통통하는 부모
-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과 교수]
“많은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가 나보다는 덜 고생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들어가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성공하고 행복할까요?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저는 많이 목격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감정을 잘 다스려야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지요. 감정을 잘 못 다스리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유난히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아무리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대학 나와도 힘든 일 투성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가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소통 전문가’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과 교수(사진)가 낮지만 힘찬 어조로 말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한겨레-마포구 부모특강’에서 조 교수는 500여 청중을 대상으로 ‘내 아이와 통통통하는 부모’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청중들은 강연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도 하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강연 뒤 질의응답 시간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조 교수는 최근 자신이 매일 만나는 의대생들 중엔 힘든 의대 생활 6년을 마친 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에서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바로 학생들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 병원의 여러 사람들과의 갈등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 결과라고 조 교수는 해석했다. 조 교수는 “주변에서 신규 간호사, 신규 유치원 교사 등 사회 초년생들의 이직률이 높고, 이들로 인한 조직 갈등도 많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며 “이런 현상은 조직에서 어려운 일에 부딪히고 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세상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 교수는 자신의 아이가 성장을 해서 성숙하고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감정을 잘 다스리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 교수는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되, 행동은 잘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감정코칭’ ‘마음 읽기’가 유행이 되면서 많은 엄마들이 감정을 읽어주는 것에 대해 잘 안다. 그러나 행동을 통제하는 부분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조 교수는 ‘마음 읽기’을 아무때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행동 통제를 한다’는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 읽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은 △ 뭔가 아이가 해야해서 부모가 지시해야 할 때 △ 긴급하고 바쁜 상황 △ 부모 기분이 안좋을 때다. 조 교수는 실제로 자신의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구체적 예시를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숙제를 해야한다. 그런데 아이가 숙제를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감정을 읽어주면 좋을까, 나쁠까? 만약 마음읽기를 해준다고 한다면 “아~ 숙제 하기 싫구나~”라고 말한다. 부모가 그렇게 마음 읽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알아서 “정말 숙제하기 싫지만 할게요”라고 말할까. 절대로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럴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일까? 조 교수는 “아이에게 ‘숙제하기 싫어? 그래.. 싫겠다... 그런데 숙제는 해야해’라고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마음읽기”라고 말했다. 그런데 상당수 엄마들은 앞에 마음 읽어주는 것만 기억을 한다. 조 교수는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세대들이 누군가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경험을 못 겪어봐서 지나치게 그 부분만 강조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이를 키울 때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만 보지 말고, 3년 뒤에 5년 뒤에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를 생각하면서 아이를 대하라고 권했다. 따라서 부모 특강을 듣고, 육아서를 읽고 심기일전해서 ‘내가 새 사람이 돼 오늘부터 애를 잘 키워봐야지’라는 생각도 버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하루만에 지쳐 과거 상황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조 교수는 “하루에 한 번. 내가 여유가 있고 상황이 될 때 지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마음 읽기를 하고, 행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에도 집중하라”고 말했다. 서로 감정을 소통하는 대화는 서로 편안하고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것이고, 자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짧게 3분, 5분 시간을 내 하루에 한 번씩 아이와 소통을 하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교 2학년 이후부터 부모는 편해진다. 사춘기가 돼도 부모는 아이와 대화가 단절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실제 엄마와 딸 사이의 소통이 안 돼 문제가 된 사례를 소개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엄마와 함께 상담실을 찾았다. 조 교수가 아이에게 물었다. “평소 엄마랑 대화는 많이 해?” 아이는 “말은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대답했다. 조 교수가 엄마를 불러 “어머님이 아이를 키우면서 실수했다 싶을 때가 언제세요?”라고 물었다. 그 엄마는 “딸이 어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했는데요. 제가 계속 딸에게 ‘네가 참아라’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랬겠지’ 라고 한 게 잘못 한 것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조 교수는 그 엄마에게 딸에게 그렇다면 미안함을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엄마는 딸에게 “엄마가 미안해. 그때 네가 많이 힘들었을텐데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딸은 “됐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넌 됐을 줄 모르지만 엄마가 미안해. 그땐 엄마가 힘들었어.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며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딸은 계속 “옛날 일 들춰서 뭐해? 그만해. 그런 얘기 이제까지 너무 많이 들었어. 됐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엄마 얘기 들어봐. 엄마가 정말 미안해”라고 말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진정어린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 교수는 “이 엄마는 자기의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는 거지, 아이를 정말 이해하면서 느끼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그 딸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쳇. 엄마가 알긴 뭘알어. 말만으로 안다고 하는거지 진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엄마와 딸에게 조 교수가 각자의 입장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지적해주면서 엄마와 딸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고 전했다.
감정코칭은 엄마가 아이를 달래주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화나고 슬프고 서럽고 실망스럽고 억울한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감정코칭의 1단계는 감정을 인정해주되 그것을 풀어줘야 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5살 정도의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서 감정을 말하면 들어주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된다. 그러면서 자기 감정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아이는 배울 수 있다. 포스트잇에 몇월 몇일 아이들과 감정교류를 위해 한 일들을 적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는 이렇게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린다. 그렇게 무작정 시간이 흘러 아이와 언젠가 마주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누구세요?”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대화를 한다고 아이를 앉혀놓고 “자~ 대화를 해보자”“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라고 말하지 마라. 대화를 할 때는 가벼운 얘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묻지 말고, 그저 들어주고 가벼운 질문 정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조와 분위기다. 사실 대화의 70%는 실제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조나 말하는 태도, 분위기다. 그리고 대화를 한답시고 오버하지 말자. “진짜 진짜 서운했겠다~”등으로 오버하지 말고, 상대방의 마음이 느끼는 딱 그만큼 읽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시간을 주도록 하자. 그러면서 아이는 자기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지켜봐주고 인정해주면 아이는 마음의 힘을 얻는다. 자기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을 배운다.
그 다음 감정코팅 2단계는 아이에게 구제적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숙제를 하는데 사회는 얼른 끝내고 수학 숙제는 몸을 비비 꼬며 하품을 하고 힘들어한다. 이럴 때 엄마들이 “아들이 숙제를 하기 싫어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화가 난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가 힘들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다른 태도가 나온다. 엄마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아들 수학 숙제하기 힘들구나”라고. 그러면 아들은 “계산 너무 힘들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럴 때 엄마가 “계산을 잘 해야 수학을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 조 교수라면 “엄마도 수학 되게 싫어했어. 계산하려면 집중해야 하니까 힘들지? 꼭 숫자가 머릿속에서 휙 날아가잖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사회는 두 쪽 하는 데 10분 걸리는데, 수학은 30분 걸리는 것 보니 힘든 것 맞네. 그런데 네가 다음 다음 주에 수학 시험 볼려면 하루 이 정도 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한다. 이때 친구처럼 말하지 말고 단오하게 말해야 한다. 친구처럼 말하면 아이는 ‘말만 잘하면 안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짜증섞인 말투가 아니라 힘이 실린 톤으로 분명하고 낮게 말하는 어조가 좋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지 구체적 방법들을 아이와 함께 얘기해봐야 한다. 제일 어려운 난이도 문제를 풀고 있다면 한단계 낮춘 문제를 풀게 한다던가, 다른 과목보다 수학에 좀 더 시간을 할당한다거나 등등의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마음 읽기와 행동 통제. 이 두 문제는 각각 너무 중요해서 한 가지만 갖고 아이를 키울 수 없습니다. 마음만 읽어주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각종 스트레스 상황에서 ‘못하겠다’‘못참겠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지 않고 통제만 한 경우 아이들은 자발적인 자기 감정의 욕구나 동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 의지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아요. 그런 아이들은 성적은 좀 나올지 모르지만, 자발적 에너지가 없는 상태로 커나갑니다. 마음을 알아주되 행동을 통제하는 것, 쉽지 않으실 겁니다. 저는 15년 동안, 이 일을 하다보니 몸에 익혀 익숙하지만, 여러분들은 나눠서 해야할 것입니다. 다급하게 뭔가 하려 하지 마시고, 일단 이것부터 해보세요.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세요. 말만 안끊고 들어줘도 많은 것을 하는 겁니다. 토달지 말고 들어주세요. 그리고 “아~ 그랬구나~”라고 말해주세요. 하루에 5분씩 투자하세요.”
조 교수는 아이들 성적에 신경쓰는 만큼 아이의 감정과 마음에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내 관심을 기울인다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훨씬 더 원활해지고 아이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커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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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뒤 오간 질의·응답]
<질문 1>
엄마: 상암동에서 온 송아무개 엄마입니다. 10살 여자아이와 3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10살 아이는 참 순해요. 제말도 잘 듣고 잘 자라고 스스로 모든 일을 잘해요. 그런데 감정이 유순해서 “싫다”는 말을 잘 못해요. 똑똑 떨어지는 걸 좋아하고 논리적인 저는 그런 아이의 성격이 싫어요. 엄마가 시키니까 “싫다”는 말을 못하는 것이 보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음악 시험이 있다고 하길래 큰 소리로 불러라 시켰어요. 제가 보기엔 아이는 제가 그런 게 싫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제가 음악 시간에 큰 소리로 부르라고 말을 하는데 동생과 다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이는 “싫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저를 무시하는거죠.
조 교수: 어른끼리도 듣기 싫은 얘기를 막 하는데 상대방에게 “알았어. 내가 잘할게.”라고 잘 할 수 있나요? 엄마께서는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걸 원하는 겁니다. 아이가 엄마가 하는 말이 정말 싫은데 할 수 있는 반응은 뭘까요. “아우~ 알았다고” 정도 될 겁니다. 엄마가 “크게 불러”라고 말하면 “어, 알았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그 말이 싫은데? 애 입장에서는 내가 뭘 표현했을 때 엄마가 안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고, 엄마가 아이에게 무엇인가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음악 시간에 가서 크게 불러라고 말하기 보다 “가서 열심히 해”라고 말하면서 기분좋게 해서 보내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엄마가 아이한테 “크게 해” 라고 말하면 아이가 크게 부르게 될 것 같으세요? 그렇지 않거든요. 크게 불러라고 말해서 크게 부를 일이면 그렇게 하죠.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엄마: 저는 노래 크게 부르기 하루에 한 번씩 시켰어요.
조 교수: 아이가 엄청 싫어했을 것 같은데요.
엄마: 네 싫어했어요 (청중 웃음)
조 교수: 아이가 어떤 느낌인지 엄마가 안 알아준 것 같아요. 아이가 얼마나 불편할 지 말이죠. 아이는 그런 엄마때문에 더 표현 못 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엄마: 제가 강한 것 같아요.
조 교수: 애가 엄마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감정이 올라오는데 피하려고 다른 쪽으로 주의를 돌리는 겁니다. 애가 힘들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애한테 뭘 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애를 위한 것인지 엄마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질문2>
엄마: 9살, 6살. 5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막내가 친정시댁을 통틀어서 제일 고집이 셉니다. 어제 저녁엔 남자애가 5살인데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자자고 했는데 계속 안하는겁니다. 누나 형아 다 했고, 제가 하고 있었는데 엄마 할 때까지 안들어오면 안봐줄거야 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계속 안하더니 제가 다 끝나고 방에 들어가니 그때서야 하겠다고 뒷북을 치더라구요. 다 끝난 다음 하겠다고 해서 꾹 참고 화장실 들어갔는데 저보고 다시 양치질 하라는거예요. 아이가 저를 부려먹으려 하고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힘든게 좋다고 표현한 적도 있어요.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조 교수: 엄마는 어떻게 하셨어요?
엄마: 양치하라고 칫솔 가져다 주고 너무 화가 나 순간 그냥 나와버렸어요.
조 교수: 엄마는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통제 안하는 경우네요. 그런 세월 1~2년 지나면 아이에게 쩔쩔 매는 엄마가 됩니다. 나는 화를 안내려고 했는데 결과는 쩔쩔 내게 되는 거죠. “양치 하자” “싫어” “엄마가 한번 더 얘기할 때까지 양치 해야해. 가야돼”라고 말해야죠.
엄마: 그러면 따라오는 게 아니고 울면서 난리를 치거든요.
조 교수: 엄마가 아이한테 “너랑 나랑 힘이 똑같다”는 인상을 주셨네요. 이렇게 하면 아이가 배우는 것은 “싫다고 하면 안해도 된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가 울겠죠. 엄마는 성인이고 아이는 5살이잖아요. 지금 엄마는 “나 못하겠어요~”라는 어투세요. 그러면 아이는 집안의 왕이 됩니다. 누구도 나를 제지할 수 없으니 점점 맘대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울면 그냥 들어서 옮기세요. 엄마 하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양치질 시키세요. 몇 번 참으면 됩니다. 10번만 참아도 됩니다. 대폭 바꿔야 됩니다. 그 아이 집단 생활 못해요. 다른 식구들이나 선생님은 아이가 그렇게 하면 엄마처럼 해주지 못하죠.
엄마: 어린이집에선 모범생이라고 하더군요. 저한테만 그래요.
조 교수: 집에서만 폭력적인 청소년이 요즘 많대요. 엄마의 권위가 아이 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거죠. 엄마가 유순하게 크셨거나, 엄마가 비슷하게 여리셨거나... 강한 성격이 아니고 그래서 지는 것 같아요. 아이 입장에선 내가 이걸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요. 배워야 합니다. 애들은 엄마를 시험합니다.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구분해줘야 합니다. 애를 위해서 이를 악물고 바꿔야 해요.
<질문3>
엄마: 초등6학년, 중2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큰 애가 애착이 잘 안생겼었고 놀이치료도 많이 받았습니다. 어렸을 때 많이 아파 수술도 7번 했습니다. 이젠 많이 훈련이 돼 중2가 되고나서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늘었습니다. 많이 병약했기 때문에 저는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도 구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에게 항상 잔소리를 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만약 아침에 학교 가는 준비를 제가 잔소리하면 35분만에 끝나는데, 잔소리를 안하면 1시간 걸려서 학교를 갑니다. 어디까지 참고 이 아이한테 잘 해야 하나요?
조 교수: 내버려두면 지각하나요?
엄마: 지각합니다.
조 교수: 계속 지각하도록 내버려두세요. 고집에 세진 겁니다. 아픈 애가 울면 그걸 이기는 엄마는 없습니다. 아이의 건강관리에 대한 100% 책임을 엄마가 지고 있네요. 방법이 없습니다. 애가 컸기 때문에 엄마가 행동을 교정하려 하면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어요. 엄마 아픈 거 정말 싫어 그렇지만 이건 해야해라고 옛날에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제법 커서 엄마가 자기를 못 믿는다고 불쾌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건강의 문제가 있나요? 아프면 심각해지나요?
엄마: 네.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합니다. 저희는 괴롭습니다. 끝까지 해보려 해도 그렇게 했다간 일상생활을 못하고...
조 교수: 그것은 엄마 입장이고요. 아이 건강의 문제가 있지만 건강의 책임은 부모가 100% 지고 있네요. 애가 자기 건강을 책임지는 일을 애한테 넘겨줘야 합니다. 이쪽을 하다 보면 이쪽을 놓칩니다. 성숙한 성인으로 키우려면 입원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내버려두세요.
엄마: 병원 의사 선생님이 말하면 그때는 바짝 말을 들어요.
조 교수: 병원을 자주 가라고 하세요. 의사가 말하면 좀 나아요. 진료 시간을 좀 줄이고 상담 시간을 늘려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그리고 건강을 챙기는 걸 자기가 책임지도록 조금씩 해보세요.
<질문4>
엄마: 8살, 10살 자매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손톱 뜯는 습관이 심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20살까지 손톱 뜯는 습관이 있었어요. 처음엔 야단도 쳐보고 달래도 보고 그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요. 아이도 울면서 얘기해요. 고치고 싶은데도 안된다고. 3일 참으면 뜯고 손톱이 빠질 지경입니다.
조 교수: 손톱 뜯는 것은 습관입니다. 그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이예요. 이 행동을 야단치면 안되는 것이 의지로 안되기 때문입니다. 저희 대학 교수 중에도 두 분이 아직도 손톱을 뜯습니다. 다치거나 감염이 되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아니니, 혼을 내면 그게 문제가 됩니다. 정서적으로 문제 생깁니다. 안하고 싶은데 속상하구나. 그것이 엄마가 해줘야 할 일번입니다. 엄마 최선 다해서 도와줄게. 손에 뭘 잡고 있으면 어떨까? 반복하면 아주 조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엄마: 학교에 가서 수업시간에 가서 뜯거든요.
조 교수: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죠. 할 수 있는데 왜 못하니? 라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은 안되고요. 너도 하고 싶은데 못해서 속상하겠다라고 공감해주세요.
정리 양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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