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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진로 고민할 시간을 주자!!!
작성자 양재숙 등록일 12.04.09 조회수 268

아이들에게 진로 고민할 시간을 주자!!!

고교 1학년 때 문·이과 선택해야 하는 아이들 심한 압박감
몇몇 검사 결과만 보고 진로 독촉하지 않았는지 반성 필요

 

Q : “저는 내년에 고등학교 진학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주변의 친구들은 희망하는 대학이나 직업목표가 뚜렷한데,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목표만 정해지면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로고민 때문에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성적이 안 좋아지니 자신감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고… 저만 뒤처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저에게 맞는 직업은 없는 걸까요.” ....

가장 최근에 들었던 중3 채훈이의 한숨 섞인 고민이다. 청소년들의 많은 종류의 진로고민 중에 이와 같은 고민은 매우 빈번히 나타난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아이들까지도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무엇엔가 쫓기는 듯 불안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아이들의 이런 고민을 접할 때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이 또래의 청소년들은 진로계획이나 직업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흔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채훈이의 사례처럼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스스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진로 결정에 쫓기다 자신감 잃기도

이는 아무래도 빠른 선택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로 인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하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이 중학교 3학년까지로 1년의 시간이 감소되었다. 따라서 고등학교 2·3학년에서 운영하던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원래는 2년의 기간에서 3년으로 확대되어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맞춤 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이 변화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내용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부터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문·이과 계열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영재학교,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체능고교, 마이스터고, 전문계 고교 등 특성화 고등학교 등으로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최소한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어느 정도 희망직업에 대한 목표를 수립해야만 그에 따라 고등학교의 선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은 고등학교 선택 및 계열선택을 위한 직업목표 결정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진로에 적합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전까지는 고등학교 진학 후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직업선택이나 계열선택을 위한 고민을 하는 데 활용했던 기회가 사라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대학 입시의 화두로 떠오른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자기주도학습 전형도 간접적으로 빠른 직업선택, 계열 선택 등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입시전형방법은 그 의미 자체는 진로목표 수립에 따른 일관된 학습이나 다양한 활동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는 과정보다는 그 결과물의 평가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기주도적인 진로목표 설정이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니라 합격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입시제도에 안착하고 성공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하는 부작용도 아이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이렇게 여러 가지 주변 상황들로 인해 의사결정에 대한 압박, 그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해법 중의 하나는 그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주어 자신의 흥미, 적성, 재능에 대해 충분히 들여다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국외의 사례 중에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라는 것이 있다. 2008년 <문화방송>(MBC)의 교육 특집 ‘열다섯 살, 꿈의 교실’의 1부 ‘1년쯤 놀아도 괜찮아’, 그리고 2011년 12월에 방송된 <교육방송>(EBS) 다큐 프라임 ‘진로교육 6부작’에 소개된 바 있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우리나라의 고1에 해당되는 시기로, 중등과정에서 고등과정으로 진학하기 전 학생들이 1년간 직업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자유롭게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공식적으로 진로고민에 대한 자유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주요과목 외에 기타를 배우고 요리를 배우고 레포츠를 즐기고 실제 연극을 만들거나 해보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직업 현장에서 멘토 구실을 하는 실무자의 지도 아래 실제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시험과 경쟁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인생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는 1년 동안의 시간에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인생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느라 다른 해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확고한 진로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른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도 높아서 실제 10~15% 정도의 성적 향상을 이루는 등 드라마틱한 성과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부모의 불안감 자녀에게 옮기지 말아야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국내 교육제도나 입시제도를 부정하거나 국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제도적인 개선을 주장하자는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교사나 학부모 등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와 자양분을 부여하는 데 인색하지는 않은지, 그리고 기다리는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구체적인 체험의 과정 없이 직업심리검사 결과지나 취업 가능성, 대학 진학 가능성만으로 아이들의 선택을 유도하지는 않았는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흥미나 적성 탐색, 상담의 과정 없이 희망직업을 작성해오라는 과제를 통해 아이들의 선택을 독촉하지는 않았는지,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진로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어른들이 가진 불안과 걱정을 아이에게 주입하거나 이식해서는 안 된다. 심리학적으로도 불안의 정도가 높을수록 수행의 정도도 떨어지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진로 및 직업상담의 경우 불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를 가졌다면 이의 해결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부모나 교사들은 흔들림 없는 버팀목이 되어 아이들의 걱정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도와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진로에 대한 중요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주는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중부지방노동청 직업상담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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