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교육부가 대학입시에 인성 평가를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객관적으로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의견과 함께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나왔다. 대학입시 인성 평가, 대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 1월 2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대학입시에 인성 평가를 확대 반영하겠다는 올해 업무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의 배경에는 최근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가 교사의 인성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데 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대학입시에 인성 평가가 반영되도록 유도해 교대와 사범대를 중심으로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대학입시의 인성 평가 반영 우수 사례를 발굴해 해당 학교에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다른 대학에 우수 사례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발표 이후 인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또 새로운 전형이 추가됨으로써 사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영어절대평가제, 한국사 필수에 이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도 가중됐다.
발표 다음날 교육부는 논란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대학입시 인성 평가 확대'는 현재 진행 중인 인성 평가가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대학의 우수 사례를 확산하겠다는 의미이며 기존에 없던 인성 평가가 새롭게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즉 대학입시 인성 평가 '강화 방안'이 아니라 인성 평가 '내실화 방안'이라는 말이다. 마치 새로운 평가 방식을 적용할 것처럼 언급했던 업무 보고 내용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강화'라는 표현으로 인해 혼란이 발생한 것 같다며 단어 선택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 2017학년도 입시 계획을 이제야 발표하는 것은 대학입시전형 관련 정부 정책 3년 예고제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대학입시에도 인성 평가가 반영되고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신설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별 전형 시행 계획을 1년 10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하는 것을 근거로 2017학년도 시행 계획은 올 4월까지 발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인성에 대한 항목이 강화, 반영돼도 법령 위반은 아니라는 것.
공개된 문항으로 살펴본 인성 평가
물론 현재 대학입시에서도 인성 평가가 반영되고 있다. 2009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인성 평가를 반영한 대학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대학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의 인성을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항목에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항을 넣고 이에 대한 학생의 답변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인성 항목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인성 평가 면접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접은 어떤 상황이 제시된 지문을 읽고 그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하고 추가 질문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매년 지문과 질문이 달라지며 외부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교육부의 인성 평가 내실화 방안 발표 후 학생들과 일선 교사들은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느냐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2월 서울시립대학교는 대학 최초로 2년 동안 진행해온 인성 평가 문항을 공개했다.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 교육계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공개한 문항을 살펴보자면 2014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조별 수행평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에게 어떻게 대처했는지 자신의 경험에 비춰 구체적으로 말하라'라는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 문항에서는 '만약 숙제를 안 해왔을 경우 친구의 과제물을 베낄 것인가. 아니면 성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자신이 숙제를 못한 것을 감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2015학년도부터는 도덕적 갈등 상황이 보다 더 자세하게 제시됐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인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 통합교육에 대한 학생의 입장을 물었다. 고른기회입학전형에서는 '본인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지켜보기만 한 방관자였을 뿐인데 피해자 학생이 자신을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공개된 세 문항은 모두 고등학교 시절에 한 번쯤 겪었거나 혹은 봤을 법한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립대처럼 전체 문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인성 평가의 성공적인 사례를 공유하는 '대학입시학생부종합전형 인성 평가 심포지엄'을 통해 몇몇 대학의 출제 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울여자대학교는 개별 면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했던 경험을 묻고, 발표 면접에서는 지도 몇 개를 주고 여행 목적, 여행의 성격, 일행 등 자신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서울교육대학교는 공자가 언급한 화이부동의 정신이 담긴 글을 제시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관한 자료가 시사하는 바를 말하라'라는 문항을 통해 코칭 역량, 문제 해결 역량, 소통 역량 등의 인성 요소를 평가했다. 포항공과대학교는 개인의 품성을 확인하는 잠재적 평가 면접과 지원 학과에서 추구하는 인재 여부를 확인하는 전공적합성 면접을 치렀다.
교육부의 인성 평가 내실화 방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 논의도 필요한 상황인 듯하다. 부디 입시를 위한 '평가'가 아닌 학생의 진짜 인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평가 도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Mini Interview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솔한 대답을 해야 좋은 평가를 받아요." 전경애(서울시립대학교 입학사정관)
대학 최초로 인성 평가 문항을 공개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고교 정상화 및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고교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 역시 참여하고 있다. 올 초 교육부가 인성 평가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뒤 고교 현장에서 인성 평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그동안 문항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시를 지도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관련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한 사교육 난립이 예상됨에 따라 정보 제공을 통해 고교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인성 평가 문항을 공개하게 됐다.
그동안 입시에서 인성 평가가 어떻게 운영됐나?
2014, 2015학년도 면접 평가에서 인성 평가가 학업 및 잠재 역량 평가와 함께 진행됐다. 2014학년도에는 최대 6명이 함께하는 그룹 면접, 올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치른 2015학년도 입시에서는 개인 심층 면접으로 달리 진행됐다. 인성 평가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시행된다. 그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기회균등전형인 고른기회입학전형Ⅰ·Ⅱ 이렇게 세 전형에서 학생 선발 도구로 활용했다.
처음 인성 평가를 시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타 대학보다 인성 평가에 대한 관심을 일찍 가진 편이다. 우리 학교는 공립대학이기에 사회적인 책무가 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지성인을 키워내기 위해선 학생을 선발할 때 공적 윤리의식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인성 평가를 단순히 학생 선발 도구로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한 뒤에는 다양한 교내 인성 프로그램을 통해 더 좋은 인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인성이 바른 학생을 선발해 인성 바른 지성인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인성 평가를 통해 학생의 어떤 점을 보려고 하나?
각 대학마다 인성 평가 지표가 다를 것이다. 우리 학교는 공적 윤리의식, 협동 학습성과 의사소통 능력 이 3가지 사회 역량을 지표로 삼고 있다. '공적', '협동'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 능력만 우수한 것보단 공동체 의식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
인성 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성 평가는 합격의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로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다. 또 인성이 높은 학생을 뽑기 위함이 아니라 인성이 부적격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공개한 문항을 보면 알겠지만 고등학생이라면 학교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겪어봤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해봤을 법한 상황에 대해 묻는다. 도덕적 갈등 상황이 포함돼 있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생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한 학생을 가려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성 평가로 인해 학생들의 추가적인 부담이 늘었다거나 특별한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시각은 전혀 맞지 않다고 본다.
인성 평가 면접시 학생에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대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틀에 박힌 평범한 답변처럼 보이지 않을지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면접 준비실에서 15분 동안 지문을 읽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근거를 제시해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도출하는 학생들도 있다. 좋은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신이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 준비한 학생들을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5학년도 입시에서 면접은 한 학생당 15분 정도 진행됐다. 그 시간 동안 면접관은 학생의 대답을 통해 답변의 진위 여부, 논리적 사고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가치 판단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제시한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인지 살펴보기 위해 추가 질문을 한다. 만약 타인의 경험을 토대로 준비된 대답을 외워서 답변을 하면 추가적으로 주어진 심층 질문에서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평가시 진솔하고 정직한 답변은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차기 전형에서 면접 시간을 늘리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면 사교육에서 준비한 대답은 효과를 발휘하기 더욱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인성 평가가 어떻게 반영될 계획인가?
이번에 문항이 공개된 이후 외부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성의 방향이나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문항의 내실화를 다질 예정이다. 2016학년도 대학입시 전형 기본 계획은 이미 발표됐지만 이를 어떻게 운영할지 세부 계획은 추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립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평소에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도덕적 딜레마를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추하고 이해하는 자세까지 갖기를 바란다. 이렇게 고교 생활을 한다면 인성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디경향> 더욱 강력해졌다면서요?
대학입시 인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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