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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창 문학회

사과 따기

이름 이수빈 등록일 13.05.07 조회수 32

  시골 둣산에 올라가면 우리 증조할아버지 곁에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그 옆을 지키고 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이별이란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갑자기 닥친 그 이별은 내게 큰 상실감을 주었다. 사과 과수원을 하시던 증조할아버지. 가을이 되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따시며 함박 웃음을 웃으시던 할아버지는 두 눈을 감으시기 전까지도 사과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할아버니는 날 유난히 애지중지하셨다. 나와 할아버지가 처음 만났던 꿈 속에서 난 사과 한 아름 중 가장 예쁜 사과였다고 한다. 그 사과를 품에 안았던 할아버지는 무엇보다도 행복하셨단다.

  내 머리를 쓰다담으시며 "우리 사과 같은 수빈이"라고 말씀하셨던 할아버지가 보고파 가끔 뒷산에 오르면 사과나무가 나에게 손을 벌린다.무덤 옆에 앉은 나는 왜 할아버지가 그토록 사과를 사랑하셨는지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지난 추석에 산 윗길을 따라오르다 한 비석을 보게 되었다.  꽤 오랜 세월이 지난 듯한 비석 뒤에는 한 편의 시가 새겨져 있었다.

 

'새벽별이 뜰 때 나가 둥근 달이 차오를 때까지 사과 밭에 온 몸을 바치신 우리 아버지'

 

 라는 내용의 시였다. 아래 새겨진이름을 살피니 증조할아버지께서 아버지께 바친 시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서야 난 왜 증조할아버지께서 그토록 사과에 온 삶을 바치셨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힘든 옛 시절을 겪었던 증조할아버지 삶에는 항상 사과가 있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늦게 알아버린 나. 가끔 퉁퉁거리며 증조할아버지의 그런 삶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나무는 바람에몸 맡기고 하늘은 높고 푸른 가을날, 뒷산에 올라 할아버지의 그 따뜻한 품과 거칠지만 그 무엇보다도 좋았던 손길을 기억하고 싶은 난, 사과를 따 내 품에 넣어 그리운 그 향기를 기억한다.

  사과를 따고 있는 나,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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