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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창 문학회

봄은 없다

이름 윤주영 등록일 13.05.07 조회수 33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 않아, 햇살이 마치 초여름의 것처럼따사롭게 비친다. 그러나 겨울이 여즉 욕심이 남았는지, 4월이 다 되어가도록 미약한 봄의 기운만 느껴진다. 겨울 내내 얼어있던 땅, 벌거벗은 나무들이 생기를 되찾아가면서, 그 속의 새 생명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한 나름대로의 투쟁을 벌인다. - 사람의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조그마한 빌라 안을 들여다 본다. 빌라 뒤쪽엔 정원이 있다. 풀도 다 시들어 있고, 사람의 흔적조차 닿지 않은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사람이 심은 게 분명한, 그러나 사람의 온기가 없는 나무. 이름조차 알 수 ㅇㅄ는 나무는 팔다리가 잘린 채 외로이 정원을 지킨다. -나무에겐 봄이 없다.

  인도 옆에 커다란 화분이 있다. 잘 다듬어진, 차가운 도로로 된 화분. 그 속엔 꽃이 있다. 다 말라붙은, 누런 꽃, 줄기조차 누렇게 변했다. 뿌리 끝까지 누런, 생명의 기운이 없는, 꽃. -꽃에겐 봄이 없다.

  야트막한 언덕에 오른다. 한때 공동묘지였던 곳은 파헤쳐져 있다. 회색빛 묘비만이 묘의 옛 흔적을 나타낸다. 나무를 다 도려낸 언덕, 황량한 언덕을 내려간다. 할머니 두 분이서 맡에서 일을 한다. 묻는다. 저 나무들을 왜 베어낸 거죠. 대답한다. 아파트단지를 지으려고요. 베어진 나무들의 언덕.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밭. -언덕에겐 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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