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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창 문학회

방충망

이름 윤장규 등록일 13.04.18 조회수 18

구월의 스무날

-방충망

 

 

 

모처럼 맑은 날

모처럼 맑고 싶은 날

창을 열고 밖을 본다, 왠지 답답하다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당기어 다시 보니

방충망이 어릿어릿 눈을 어지럽힌다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보면 보이지 않다가도

무엇을 자세히 보려하면 나타나는 방충망

보여야 할 것들 흐릿흐릿 어른거리게 하고

보고 싶은 것들 흐릿흐릿 눈 침침하게 하고

제 할 일은 제쳐두고 자꾸 헤살만 짓는다

 

신에게로 가는 길을 자꾸 가로막는 것은 사제라던가

진실에게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은 혹, 교사 아닌가

나는, 방충망, 아닌가

 

올 가을엔

하늘 맑은 날만이라도

방충망 없는 창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

 

 

 

* 지난해 가을, 어느 시 낭송회에서 낭송한 졸시입니다. 참 많은 날들을 보아 온 방충망을 통해 밖을 보다가 만난 짧은 단상이지요.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이렇듯 마음을 비워놓고 있으면 자연이 그 스스로 마음 속에 새겨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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