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더 좋은 선생님께

사랑하는 개똥이들을

양보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내 개똥이들은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 선생님 : 김지환
  • 학생수 : 남 14명 / 여 12명

어버이날을 보내며 개똥이아빠 생각나누기

이름 김지환 등록일 16.05.10 조회수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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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보내고 어제 개똥이들이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6교시에 우리반이 우리학교 음악대표수업에 선정되어 실물만큼이나 사진빨이 잘 받는 서혜령선생님과 수업을 했습니다.


  자리는 저명한 교원대 음악과 교수님과 교장 교감선생님 연구부장님과 교원대교생선생님들이 참석하여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음악은 즐기고 느끼며 공유하고 표현하는 과목이기에 그 어떤 교과목보다 매우 역동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음악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수업을 우리 혜령선생님이 선보여주셨습니다. 여러 가지 평이 있었지만 다들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주변사람들에게 교생선생님 자랑에 여념없는데 제가 수업평가회에서 마저 칭찬을 많이 하면 우리반 교생선생님이라고 미리 계획된 느낌이 들거나 또 팔불출소리 들을까 저는 실물만큼 그냥 사진이 무척 잘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 주 부모님들 모두 무탈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가족나들이와 가족캠핑 가족식사 등으로 함께 즐기기보다는 연중행사 치르시느라 고생은 아니하셨는지... 집에서 쉴까 했는데 밀린 빨래와 집안일 학교도 안가고 눈에 거슬리며 형제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아이들로 잔소리만 늘지는 않으셨는지...

그것들도 궁금하지만 그 보다 저는 부모님께 개똥이들의 특별 과제를 잘 받으셨는지도 여쭤보고싶습니다.

  아이들이 알림장에 부모님 발을 씻겨드린 느낌을 고스란히 적어놓았네요. 단편적으로 거칠거칠하다. 매끈하다. 보드랍다 등으로 표현 한 글들도 있지만 조금 속깊은 느낌을 철든 아이들 마냥 적어놓은 글들도 눈에 보였습니다.

 

몇가지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보실까요?

 

  

 

즘 교생선생님들 수업하느라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함께하는 시간이 적긴 하지만 저는 이 기회에 아이들 여러 면을 살필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과 학교생활을 좀더 깊숙이 살피며 제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보아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가르침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앞에 선생님이라고 그리고 개똥이아빠라고 불리운지도 따지고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를 거쳐간 아이들도 많고 또한 저와 인연이 닿은 부모님들도 많았습니다. 그저 직업인으로서 교사로 살았다면 알 수 없는 일들도 그리고 의미없이 시간에 파묻힐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좀더 들여다보고 또 한편으로 개똥이아빠로 살아오면서 아이들을 좀더 제대로 알게되고 이해하게 되는 면들이 참 많았습니다.

  나름 노하우도 생기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소통의 방식도 충분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 부모님들의 생각과 사고도 접하면서 제가 아는 것과의 방향과 거리감이 상당부분 존재했습니다. 제가 느끼고 아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사회적 모습은 아마도 부모님보다는 제가 아는 것이 실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모습 더 넓은 사회에서의 아이들 모습은 어느 하나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근 개똥이들이 여러 가지 사건, - 저는 이것을 좋은 교육의 기회로 봅니다. 그러한 사건으로 가리워지고 부끄럽기도 한 자기의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충격을 받거나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전제가 깨져 혼란스러운 분들도 계십니다. 아이들은 순수합니다. 또한 영악한 면도 있습니다. 교사는 때론 아이들의 영악함을 정확히 인지하여 진단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그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적나라한 모습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의 인권과 인격이라는 것과 결부되어 공개되지 않거나 부모님들의 원에 의해 가리워진다면 아이들은 좋은 기회를 잃고 달라질 계기마저 사라지는 것입니다.

 

 교도 엄연한 사회이기에 정말 뜻하든 뜻하지 않든 다양한 일들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과 사건들을 면밀히 살펴보다보면 거의 같은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랜 교육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반정도를 지나며 아이들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제 경험에 비춰보면 당사자인 아이들을 부모님들께서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 정말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거나 이해하는 부모님들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부모님들은 제대로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야기하지만 객관적인 위치에서 상황을 살피는 제가 느끼는 것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이 전해주는 상황과 이야기를 전해 듣는 부모님들은 어른들의 시야로 한번 더 증폭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중에 많은 부분들이 실제와 다르고 간과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의 불리한 이야기는 적당히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은 아이와 관련된 사건에 있어 보호하려는 본능과 함께 자기 아이들의 억울하고 속상한 이야기만 팔이 안으로 굽듯이 선택적으로 듣고 확장합니다. 각각의 입장을 듣다보면 가해자는 없고 아이들 모두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사실과 다르게 피해자 가해자가 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더군요. 아이들을 이렇게 피해자 가해자라고 표현한 것이 좀 마뜩잖긴해도 이해를 돕기 위해 썼습니다. 예전에 아이의 말만 듣고서 제게 종종 전화를 주시며 흥분하셨던 부모님도 계신데 실제로 일을 해결하다보니 그 아이의 문제가 더 크고 교정되어야 할 것들이 많은 적도 있었습니다


 사로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이러한 이유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께 드리는 첫 번째 편지로 아이들 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담임선생님과 그 해결을 모색하라고 부탁드렸던 것입니다. 크든 작든 부모님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이 지혜롭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요즘 세상은 좀더 각박해서인지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게 하고 좋은 말로 타일러도 상대에 따라서 그게 그렇게 생각되지 않거나 보호자로서 기분이 매우 불쾌할 수 있습니다.


 이들 문제와 여러 가지 갈등적 상황이 있다면 저와 함께 풀어가면 좋겠다고 좀더 강력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부모님 신뢰를 좀 더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인지하고 바꾸어가는 그러한 우리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가졌던 잘못된 습관과 생각들을 버리고 우리반 모두가 노력해서 행복한 반을 이룬다면 그리고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들도 한발짝 물러서서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이것이 완벽한 개똥이네반이 아닌 문제가 생길 때 다르게 풀어가며 해결해가는 개똥이네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님들도 어른스러운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 말을 아이들의 언어로 이해해주시고 때론 냉정하게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의 말이 때론 틀릴 수도 있고 사실과 다를 수도 있고 우리 아이도 생각지 못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통하면서 알고 있는 것과 부모님이 떠올리는 내 아이하고 그 거리감이 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완벽한 개똥이네반을 원하며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문제와 갈등이 생길 때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풀어갈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며 좀 더 멋지게 풀어가는 우리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해하는 법을 익히고 이해하고 양보해나가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이 생길 때 아이들이 하루를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이 교실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폭을 넓히도록 전 계속해서 유도하려고 해요. 소소한 일이 불평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여 문제가 되지 않는 마음의 넓이를 키우도록 지도해보겠습니다. 이 마음의 넓이가 커질 때 아이들의 삶도 여유로워지고 손해가 아니라 결국 본인 스스로에게 큰 득이 되더라구요.

 

 해 예년과 다르게 크고 작은 일들이 종종 생깁니다. 저는 그걸 불평하거나 비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좋은 기회들을 잘 선용하여 점점 개똥이들 냄새가 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바라고 있고 골몰합니다. 아이들의 잘못을 호되게 소리치는 교사로 부모님께 비춰질 수 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조금 더 바란다면 현명한 부모로서 아이들 앞에 저에 대한 평을 쉽게 하지 말아주시고 제가 부족할지라도 신뢰를 주는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것이 된답니다.


제가 문제하나 낼까요? ^^


저랑 개똥이들이 가장 가깝게 보내는 시간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점심 먹고 나서입니다. 요즘 개똥이들이 제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급식소에서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 어디서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저를 체포한답니다. 개똥이들에게 끌려다니는 시간입니다. 또한 개똥이들이 저랑 가장 가까이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상황을 봐서 제가 도망치기도 해요. ^^ 경찰과 도둑게임처럼.

 

그나저나 3일 뒤면 예쁜 교생선생님들도 개똥이네를 떠나게 되네요.


그 분들이 오셔서 개똥이네가 새로운 경험을 참 많이 했는데...

만남과 헤어짐이 항상 공존하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똥이네도 잠깐 멈춰 섰던 우리의 길을 가야겠지요.


긴 글 읽으셨는데 끝으로 노래 하나 들려드립니다.


 '사랑엔 조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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