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속에서 콩알들이 단단하게 여물듯
따뜻하고 안전한 교실 속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우리반입니다.
152. 2019.11.15.금. - 사실주의 미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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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최유라 | 등록일 | 19.11.15 | 조회수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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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내장 : 충북진로교육 연수를 위한 설문조사 안내 2. 숙제 : 현대미술에 대해 찾아보고 오기, 곰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 자료는 무엇일까? 생각해오세요. - 둘다 결과물 없이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내용입니다. - 현대미술은 검색해보고 오세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 곰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그림책 <꽃을 선물할게>의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가상의 상황에 대해 필요한 가상의 자료와 근거를 생각해오도록 하였습니다.
3. 사람, 길, 차,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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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한 금요일, 오늘은 어제에 이어 미술을 이어 갑니다. 어제는 현대미술 + 마음껏 자유롭게 그리는 즐거움을 맛보았다면, 오늘은 사실주의 미술 + 똑같이 그리는 괴로움(!)을 체험해보았습니다.
오늘 아이들과 컵라면을 먹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요 (...모르고 안 알려줬어요...) 무튼 그냥 컵라면을 먹는게 아니라, 컵라면을 2시간동안 관찰하고 똑같이 그리는 활동을 시켰습니다. 그리기 전에는 먼저 사실주의, 극사실주의 미술에 대해서 알려주었어요. 먼저 사실주의 미술은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 '현실'을 그려내는 내용적인 측면이었고, 극사실주의 미술은 사진처럼 그림을 그리는 방법적인 측면을 말하는 거라는 걸 간단하게만 알려주고 (왜냐하면 미술사조 쪽으로 들어가면 너무 어렵기도 하고 아이들이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번에는 2시간동안 자신이 먹을 컵라면을 관찰하며 그려보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금방 그릴 것 같다, 하던 아이들이 점점 어렵다 힘들다... 그래도 끝까지 2시간동안 계속 그리게 했습니다. 보통은 자신의 그림을 그리면 다른 친구의 그림을 감상하게 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관찰하며 계속 그리게 했지요. 2시간이 지난 후 칠판에 그린 그림을 붙였습니다.
3교시에 영어를 다녀와 4교시에는 친구들의 그림을 감상하였습니다.
그동안은 그림을 그리면 누가 잘 그렸다, 누가 못 그렸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이상합니다. 당연히 00이가 잘 그렸을 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칠판에 붙은 그림 중에 00이가 그린 그림을 찾기가 힘듭니다. 완성도의 차이가 좀 있지만 다 비슷비슷하게 잘 그렸습니다.
저는 이런 것을 체험해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전문분야'가 아닌 이상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요. 다만 그림을 좋아하고 관심있고 즐겨하는 학생은 훨씬 더 깊이 관찰하고 오래 관찰하며 꼼꼼하게 그림을 그리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대충 하고 끝내려 하기 때문에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지 이렇게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충분히 관찰하고 작품을 완성하게 하면 비슷한 결과물을 내어놓는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음악, 체육도 마찬가집니다. 전공으로 가려고 할 정도면 당연히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수준에서 보면, 예를 들어 리코더도 매일 3시간씩 일주일만 연습하면 누구보다도 잘 불 수 있게 됩니다. 달리기는 어떨까요? 100m 15초대 이런 신기록은 힘들겠지만, 매일 아침 1시간씩 한달만 달리기 연습을 하고 공부를 하면 충분히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결국 음악, 미술, 체육 즉 예술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임을 알려주며, 혹시 스트레스 받는다면 조금만 노력해볼 것을 이야기하였고, 더불어 이 예술을 계속 선생님이 누군가에게는 괴로울 줄 알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해주는 이유는 이것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취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말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늘 '잘 하는 것' '직업이 될만한 것'을 찾는데만 골몰합니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시험도 열심히 준비하고 그래서 원하는 직장을 얻는데까지 열심히 달리지요. 하지만 살아보면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좋은 직업, 뛰어난 성적만으로는 어렵다는 것. +a로 자신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통로들이 있어야 함을 저는 살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취미이자 풍요로움이 되어 줄 예술의 분야들은 어렸을 적에 접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는 시작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미술, 음악, 체육 부분을 계속 접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결과를 낸 것을 보며, 예술은 취향의 차이이고,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에 자신의 취향 찾기를 하였습니다. 포스트잇에 어제 했던 현대미술과 오늘 했던 사실주의 미술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하고 마음에 드는 이유를 쓰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대답을 썼습니다. 현대미술은 마음껏 상상을 더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쓰기도 하고, 그냥 똑같이 그리기만 해도 되니 단순해서 사실주의 미술이 더 좋았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취향'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혹시 큰 일이 끝나고 휴식이 찾아오면, 오늘을 떠올리며 현대미술관에 전시도 보러 가고, 나 혼자 색연필로 그림도 끄적거리고, 또 음악 시간을 떠올리며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는, 그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우리 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며 마쳤습니다.
5교시에도 학급회의가 열렸습니다. 대청소에 대한 역할 분담과 유튜브 관련하여 문제가 생긴 부분을 다시 학급회의를 통해 토의했습니다. 사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유튜브를 못 틀게 하면 되는 일인데, 저는 자리 바꾸기, 모둠 역할 정하기, 급식 순서 정하기와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고, 그것을 합의를 이끌어 좋은 공동 규칙을 만들어 내는 방법적인 측면과 별 일 아니어서 상처는 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적인 측면을 모두 갖춘 이 갈등 상황이 참으로 반갑고 좋습니다.
이 갈등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친구들의 동의를 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왜 그럴까 생각해보고, 더 나은 의견을 생각해내며 모두가 합의하는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배웁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틀어도 되는 유튜브 동영상 내용에 대해 토의를 했습니다. 여자 아이돌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누구는 게임 영상을 틀었는데, 노래나 지식말고는 안 된다고 말한 아이가 있어 다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허용해줄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했고 아이들이 모두 공통으로 합의한 부분은 선정적인 부분, 욕이 나오는 부분, 잔인한 부분이었습니다.
더 깊이 깊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양한 반례들을 생각해가며) 결국 결론은? 내가 미리 봐서 어떤 내용인지 아는 영상 중에 같이 보고 싶은 영상을 틀기로 했습니다 미리 보았기 때문에 선정적인지, 욕이 나오는지, 잔인한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선정적이다, 욕이 나온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많은 아이들이 저건 좀 야한 것 같아,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끄고 다른 것을 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기준은 '나의 친구들의 표정과 마음'입니다.
일단 이렇게 해보고 또 문제가 생기면 학급회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참 별 것 아닌 것 같고, 사실 저도 그냥 점심시간에 유튜브 틀지마! 하면 끝날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 어렵게 돌아가더라도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계속 생각하면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게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됩니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보던 유튜브를 이렇게 학급회의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아, 다른 아이들은 이런 것을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기준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내용의 유튜브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교시에는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교원평가 학생 의견 중 하나였던 '수학 공부를 다 하고 영상을 보면 좋겠다'는 것을 현재 실천중입니다. (물론 수학 시간에 영화로 스토리텔링 하는게 너무 좋다는 의견도 나왔기에 둘 다 체험해본 후 5단원부터 결정하려 합니다.) 그래서 컵라면을 먹으며 그동안 못 본 스토리텔링 영상을 몰아서 보았습니다.
주말 잘 보내고 다음주에 만나요!
사진은 그림 그리는 아이들... 지난번과 다르게 괴로움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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