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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모하는 습관
작성자 주형식 등록일 14.09.23 조회수 337

 

 

    4. 메모하는 습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께서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 오셨을 때다.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어릴 적 고향 친구가 반 총장께 다가갔다. 당연히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무슨 일인가 고개를 돌린 반 총장께서는 그 친구를 알아보곤 가까이 오시게 했다.

   서로 가볍게 악수를 나눈 후 고향 친구가 총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지위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대다수는 옆에 있는 비서에게 눈짓을 할 것이다. 자네가 알아서 메모를 하라는 신호이리라. 그런데 반 총장께서는 자기 윗 주머니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서 메모할 스탠바이(준비)를 하시는 것이었다. 고향 친구 분은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고 한다. ‘, 위대한 사람은 위대하게된 이유가 있구나.’

    그 이유에 관해서는 많은 주장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메모를 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머리로 외우면 시간이 흐를수록 잊어버리지만 메모를 하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곡선 원리에 따라 시간이 지나갈수록 많은 걸 잊어버린다. 하기사 망각의 고마움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본 것, 들은 것, 좋은 것 나쁜 것 등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머리가 뽀개질 듯 아플 것이다.

 

    글쓰는 이들은 어디를 걷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장을 꺼낸다. 소개판에 이거 좋겠다 싶은 글이 있으면 메모장을 꺼낸다. 신문을 보다가 TV를 보다가 어허, 이런게 있네 싶으면 메모장을 꺼낸다. ? 언젠가 글을 쓸 때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재료는 음식 만드는데만 있는게 아니다. 글를 쓰거나 말을 할 때에도 재료가 필요하다. 메모장은 바로 글을 만드는데 말(스피치)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담는 장바구니이다.

 

    지금은 글을 잘 못 쓰기에 메모장 쓰기를 안한다고 배짱 좋게 큰 소리로 말하는 학생들과 어른들이 있다. 정말 딱한 노릇이다. 어린아이가 지금 난 잘 못 걸으니까 걷는 연습 안할 거야, 난 지금 공부를 못하니까 안할거야 하는 학생이나 난 지금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아니니까 더 이상 훈련(연습)하지 않을거야 말하는 이가 있다면 모두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누가 어찌 알겠는가! 이 다음에 당신이 위대한 인물이 될지.

 

    올해 입학식 때 신입생 아이들에게 각자의 이름으로 축하와 축복의 삼행시를 지어 낭송해 주었다. 메모장도 하나씩 주었다. 짧은 격려사의 결론으로 이렇게 말했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해서 다 위대하거나 훌륭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대하거나 훌륭하게 된 분들은, 되실분들은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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