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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지만 신체, 외모가 걱정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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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봉희 등록일 12.06.07 조회수 72
 '코리안 스튜어디스' 급증

10여년 전부터 진출 활발, 에미레이트 항공에만 600명

영어권 英·호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승무원 배출


"신장·외모 크게 안 따져"

사무장부터 신입까지 일할 때 만큼은 모두 평등

"하늘 나는 일 멋지지만 도전 땐 서비스업 명심을"


요즘 한국인 승객들이 외국항공사 비행기를 타도 의사소통이 안될까봐 불안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항공사에 한국인 승무원이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편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다른 대륙을 여행하다가도 한국인 승무원을 만나는 '반가운'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전 세계 137개국 출신 승무원이 근무해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에미레이트 항공사에만 한국인 승무원 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처럼 국제적인 허브공항에 본부를 둔 카타르 항공의 경우 400여명, 싱가포르 항공에도 100명 가까운 한국인 승무원이 승객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 승무원의 외국항공사 진출이 본격화된 지 10여년 만에 한국은 영국·호주 등 몇몇 영어권 국가 다음으로 많은 승무원을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낯선 세상과 만나고 싶어서


외국항공사 승무원 12년차 최진영(38) 선임사무장(senior purser)은 배낭여행 1세대다. 대학에 다니던 1995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처음 비행기에 올랐고 낯선 세상과의 만남에 매료됐다. 졸업 후 국내의 한 항공사 지상직으로 근무하던 그는 2000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다녀볼 수 있는 직업'을 찾아 에미레이트 항공에 지원했다.


―생소한 나라에 가서 근무한다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지금은 외국항공사에서 승무원을 찾아 한국에 리쿠르팅을 오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인 승무원이 거의 없었다. '두바이 신드롬'이 일기 5~6년 전이라 두바이는 한국인에게 생소했다. 부모님께선 '돈 벌러 사우디에 가려는 거냐'며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한국인 후배 승무원이 600여명에 이른다."


―한국 여성들이 특히 많은 이유가 있나.


"예전엔 한국에서 여성이 외국에 나가 일한다는 것의 인식도 좋지 않았고 기회도 적었던 것 같다. 국제화되며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국 여성들이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가지는 인식이 좋은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최 사무장은 외국항공사에서 한국인 승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를 특유의 성실함에서 찾았다. 한국인의 성실함이 외국항공사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것이다.


―외국항공사가 보는 승무원의 근무능력은 무엇인가.


"정확한 비행 스케줄에 맞춰 일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근태(勤怠)가 제일 중요하다. 용모단정도 중요하고,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한국인 승무원은 근태가 최상이고, 사내에서 실시하는 각종 시험에선 단연 1위다. 용모도 단정해 옷차림에 흐트러짐이 없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인가.

"깔끔한 옷차림과 태도를 의미하는 '용모단정'과 외모는 구분된다. 외국항공사는 국내항공사만큼 외모를 많이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기준도 다르다. 인도인들은 약간 통통한 사람을 미인으로 친다. 각진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10년 넘게 승무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나도 이제 무엇이 아름다움인지 알 것 같다. 늘 웃고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유머러스한 것도 중요하다. 승객들은 그런 승무원을 좋아한다."

◇승객의 불편·불만 경청하는 한국인 승무원

이유미(26)씨는 2008년 외국항공사 근무를 시작해, 지난해부터 핀에어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차 승무원이다. 그도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외국항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유럽에서도 한국인 승무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가.

"유럽 항공사들은 대체로 승무원들에게 친절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승무원이 안전하고 편해야 승객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서양인 승무원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인은 다른 아시아 국가 승무원에 비해 책임감이 강하다는 평가다. 승객이 불편을 호소하면 그 불편을 해소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정이 많고 융통성이 있다는 얘기도 듣는다."

―정과 융통성이 무엇인가.

"한국인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불만을 잘 들어준다. 한번은 이코노미석에 탑승한 한 임신부 승객이 발을 뻗을 수 있는 자리로 옮겨 달라고 했다. 만석(滿席)이어서 규정대로 한다면 '다음 비행기를 타거나 참으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이 넓은 자리에 앉은 승객들께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부탁을 드렸다. 그 승객은 임신부를 위해 흔쾌히 자리를 바꿔주셨다.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공사 규정이 잘못됐다고 따지는 분들도 있다. 이럴 때 우린 승객의 입장에서 동조해주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결국 승객이 '생큐'라고 할 때까지 차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60대 백인 손님이 여행을 마치며 나에게 '내가 지금까지 받아 본 최고의 서비스였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더라. 우리는 늘 평소 하듯이 했을 뿐이었는데…."

―국내항공사 대신 외국항공사를 희망한 이유는.

"외국 항공사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사무장부터 신입까지 일할 때 만큼은 수평적이고 서로 존중한다. 핀에어의 경우 한달에 4~5번 비행을 한다. 격무에 시달리지도 않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채용할 때 신장·외모를 획일적으로 따지지 않고, 근무복 규정이 유연한 것도 외국항공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인 승무원들은 보다 넓은 세상과 만나고 싶은 꿈을 안고 외국항공사에 입사한다. 이들은 뉴질랜드에서의 스카이다이빙 경험담, 뉴욕에서 맞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그리스의 작은 섬 여행기 등 다양한 출신국의 동료들과 근무하며 경험한 일화들을 들려줬다. 최진영 사무장은 "한국에서 일자리가 없다고 낙담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승무원의 외적인 이미지만 보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승무원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이고 이것이 나와 맞는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sun.com    입력 : 2012.05.26 03:15 | 수정 : 2012.05.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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