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골에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 효자가 아버지를 모시고 어떤 산고개를 넘어갈 무렵, 갑자기 강도가 칼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보아하니 너희들은 부자간인 것 같은데 누구라도 한 사람만 앞으로 나와서 이 칼을 받아라."하고 강도가 소리쳤습니다.
"내가 나간다. 너는 도망쳐라." 아버지가 나갔습니다. "아녀요. 제가 나가겠습니다." 아들이 아버지 앞을 가로막고 나갔습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강도는 문득 자기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불효 막심한 자신을 깨닫고 칼을 던지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이 효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느 날 무슨 잘못된 일로 이번에는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전과 같이 매맞을 회초리를 만들어 오게 한 다음 아들을 세워 놓고 종아리를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이지만 잘못된 일을 끝까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방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기에 쳐다보니 아들이 흘리고 있는 눈물이 아닙니까!
"이 놈, 다 큰 다음에도 매로 다스린다고 그러는 거냐?" "……. ……."
아무 말도 없이 아들은 더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대답이 없느냐?" "매를 치는 어머니의 기력이 전보다 많이 쇠약해진 것 같아서요." 어머니는 아들을 부둥켜 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기범,동화로 된 훈화집,배영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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