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동안 변치 않는 우정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또한 아름다운 일인가. 영국의 격언 중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랠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분명히 그렇다. 포도주는 오래된 것일수록 향기가 좋고 맛이 있다. 친구도 그렇다. 죽마고우(竹馬故友)는 얼마나 다정한가. 시간의 오랜 시련을 이겨낸 우정은 인생의 반석과 같이 견고하고 믿을 수가 있다.
우정은 빨리 성장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연애와 다르다. 남녀간의 사랑은 일순간에 성립하는 수가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즉 그것이다. 일순간에 영원의 사랑이 가능하다. 연애는 시간을 초월한다. 사랑 앞에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정은 그렇지 않다. 우정이 굳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우정은 서서히 자라는 나무와 같다. 나무가 땅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를 뻗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사나운 폭풍에도 견디고, 매서운 눈서리를 견뎌내어야 한다. 풍우와의 싸움이 없이 정정한 거목이 되기 어렵다. 인간의 우정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도중에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긴다. 추잡한 경쟁 의식이 작용하고 모가 진 반발심이 생긴다. 기대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섭섭한 생각이 들고 배신당한 것같이 느껴진다. 그럴 때 우정은 파탄과 결렬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러한 위기를 관용과 아량과 용기와 인내로써 이겨내어야만 우정의 성이 무너지지 않는다. 일생동안 계속하는 두터운 우정이 세상에 흔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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