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석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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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성숙 | 등록일 | 10.04.19 | 조회수 | 65 |
3년 전, 할아버지는 어느 늙은 석공에게 오석비석(烏石碑石)을 주문한 일이 있었다. 나이가 칠십이 넘은 그 석공은 비석을 다루고 글자를 새기는 데 아주 이름 난 사람이었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좀 괴팍한 성격의 노인이었다. 그런 까다로운 노인이 나의 할머니 비석을 맡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오석이란, 그 까만 돌이 시골 석공의 집에 항상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멀리서 주문을 해와야 했다. 노인은 우선 돌을 주문했다. 그러나 돌을 구한 지 2년이 넘어도 비석은 완성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어쩌다 재촉을 할까 생각했으나 워낙 괴팍한 노인이니 무슨 말을 하고 또 거절할지 몰라 재촉 하지 않고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석공의 아들이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3년 전에 비석 값으로 받았던 30원을 도로 돌려 드리는 도리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비석을 다 갈아 놓고 막 글자를 새기기 시작할 단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마저 글자를 새겨 드려야 할 것이오나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단 한 가지 일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간다. 그러니 네가 가서 사과 드리고 돈을 돌려 드려라.’ 하고 유언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청년은 백지에 깨끗이 싼 돈 30원을 할아버지 앞에 내놓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 돈을 다시 돌려주면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리건 꼭 청년의 손으로 비석을 완성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 1년 만에 나는 할아버지의 소원인 할머니 무덤 앞에 커다란 비석이 세워지는 것을 보았다. 어린 눈에도 정말 좋은 비석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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