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짝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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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성숙 | 등록일 | 08.10.22 | 조회수 | 63 | ||
짚신 짝 하나 할머니가 바구니를 끼고 남새밭에 오갈 때면 손을 잡거나 치맛자락을 붙잡고 곧잘 따라 다녔습니다. 언젠가 할머니는 길가에 버려진 짚신짝 하나를 주워 들었습니다. 너덜너덜 해지도록 한참 신다가 버린 짚신짝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이지만 그렇게 해진 짚신짝 따위를 주워 드는 할머니가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할머니가 쥔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 빼고 짚신짝을 들고 걷는 할머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걸었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집이 가난하기는 했지만 헌 짚신짝이 아쉬울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헌신짝이 꼭 쓸모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할머니는 길가에 버려진 새끼 도막을 보거나 또 구겨진 종이 조각을 보거나 빈병 하나를 보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 해진 짚신짝과 새끼도막은 풀어서 부드럽게 비벼 개집 속에 깔아주고, 종이조각을 잘 펴서 네겹으로 접어 뒷간 문짝 틈새에 꽂아두고, 빈병은 꽃밭 둘레에 거꾸로 묻어 나갑니다. 빨래를 해도 초벌 물을 꼭 두엄터에 부어 거름에 보탰고, 눈깔사탕을 사면 반쪽씩만 주셨고, 연필을 사 줄 때면 다 쓴 연필을 가져오라 해서 새끼손가락 길이보다 짧아졌는가를 보고 사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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