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인터뷰①]이상훈선수와의 인터뷰- 침묵 속의 야구, 충추성심고교 박상수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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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문은경 | 등록일 | 09.09.21 | 조회수 | 916 |
오랜만에 박상수를 만났다. 지금은 헐린 동대문야구장에서 '서울고 투수 이상훈'과 군산상고 '외야수 박상수'로 처음 만났던 사이다. 그때 우리는 묘하게도 뜻이 통했다. 서로 닮은 데가 많아서였던 것 같다. ![]() “그렇지.” -성심학교 야구부엔 언제부터 몸담았어? “쌍방울에 있던 이연수 선배 소개로 들어왔지. 2002년 9월에 들어왔으니 이제 7년째인가. 사실 인터뷰가 망설여졌어. 성심학교가 있어야 내가 있는 건데, 내가 돋보이게 되면 곤란해.” -2~3년도 아니고 7년 동안 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어. 나도 가족 중에 농아인이 한 분 계시거든. 그들에게 야구를 가르친다는 게 쉽진 않을 거야. “처음엔 힘들었지. 우리 사회가 슬픈 게, 장애인일수록 결손 가정 출신이 많아. 야구 감독 뿐 아니라 형 노릇, 아버지 노릇까지 해야 해. 하지만 야구는 똑같은 야구야.” ▲공부하며 야구한다 -학교에 야구부가 만들어진 이유는 뭐야. “야구부를 처음 만드신 분이 한국농아인야구협회 부회장인 조일연 선생님이야. 그 분 말씀이 우리 학생들에겐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거야.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1년에 대학 진학생이 1~2명이야. 나머지는 대개 단순 노동직에 취업해. 일반인에겐 어려운 소음이 심한 현장 일이 많지. 후배들은 ‘전교 1등 하던 선배도 저런 일을 한다’고 생각해. 공부를 할 동기를 찾지 못하는 거지. 그 분은 야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시더군.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늘었어. 야구부 졸업생들이 직장에서도 일을 잘 해. 일을 그만 둔 친구도 있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격증이나 대학 입시 공부를 하기 위해서야. 예전엔 졸업하면 학생들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 지금은 일을 하면서도 자기들끼리 동호회 만들어 사회인 야구를 해.” -다른 종목도 많은데 왜 야구였을까. “우선, 개인 종목보다 단체 종목을 하자고 했어. 역할과 책임감을 배우는 거지. 사실 농아인들은 축구를 좋아해. 하지만 정확한 포메이션에 맞춰 경기를 하는 건 쉽지 않지. 야구는 위치가 정해져 있고, 볼데드 시간이 길어. 또 시추에이션 게임이니 반복 훈련으로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익히면 돼. 농아인에겐 야구가 맞는 것 같아. 또 일반인보다 더 나은 점도 있어.” -그래? “보상 감각이라는 게 있어. 어느 한 감각이 나쁘면 다른 감각이 좋아지는 거야. 우리 선수들은 눈이 좋아. 선구안도 좋고 한 번 본 타격 자세나 투구 폼을 금방 따라 해. 물론 한계는 있지. 플라이 타구 때 콜 플레이가 안 돼 한 두 점을 줘 진 경기가 많아.” -훈련 시스템은 일반 학교에 비해 어때? “거의 비슷하지. 오히려 나은 점도 있어. 여기엔 남학생 대다수가 야구를 해. 운동과 공부를 겸한다는 점에선 일반 학교보다 낫지. 다른 학교에선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잖아. 여건은 어렵지만 선수들 장비나 유니폼은 학교에서 지원해주고.” -기합은 있나? “체벌은 안 해. 대신 러닝을 시키지. 반성 겸 체력 단력으로.” -훈련 시간은? “우리 학생들은 오후 시간에 기술 수업을 받아. 수업이 끝나면 밤까지 다섯 시간 훈련해. 방학 때는 오전과 오후 훈련만 하고.”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나? “중·고등부 학생이 75명인데 그 중 절반은 여학생이야. 남학생 가운데 20여 명이 야구를 하니 70% 가량이지. 자기가 원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권유해. 컴퓨터 게임에 빠지는 것 보다 야구를 하는 게 훨씬 건강하잖아.” -농아 야구팀은 몇 개가 있니? “서울농아학교에서도 야구를 하는데 거긴 연식 야구지. 농아 야구가 활발한 일본도 연식이지. 농아 팀이 일반 고교 대회에 출전하는 건 세계적으로 드물거야.” -선수로 뛰고 있는 졸업생이 있나? “송호대학교 2학년에 투수가 한 명 있어. 그 친군 지금 4년제 대학 편입을 준비 중이지.” ![]() -더미 호이? [네버엔딩인터뷰③] “수비연습때, 감독이 훈련량 제일 많아”
![]()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듣지 못하는 선수들과 처음 호흡을 맞추긴 쉽지 않았을 텐데. “4~5년은 도를 닦았지. 우리 선수 때야 감독이 뭐라 하면 바짝 군기가 들잖아. 그런데 여기에선 선수들 운동장에 한 번 부르는 데도 시간이 걸려. 3년 전인가? 운동 끝나고 씻으려는 데 수건이 없어. 옆 방에 가보니 애들이 감독 수건으로 방을 닦고 있더군. 감독을 우습게 여겨서가 아니라 권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거지. 그래도 애들에게 내 별명 뭐냐고 물어보니 종이에 호랑이 그림을 그리더라.” -엄격한 편인가? “글쎄. 처음에는 선수들이 ‘나는 일반인과 다르니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오후 3시에 버스로 출발해 훈련장으로 간다고 하면 3시에 나와. 그럼 난 혼자 운전해서 가 버렸어. 운동 선수에겐 ‘5분 일찍’이 철칙이잖아. 처음엔 그런 것부터 가르쳤어. 지금은 아이들이 10분 일찍 와(웃음).” -선수들과 의사 소통이 어렵지 않나? 난 그런 경험이 있어. 일반인 세 명과 농아인 한 명이 있는 자리였어. 세 명은 다 함께 이야기를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농아인은 자기를 따돌린다고 화를 냈지. “수화는 기본적으로 단답형이야. ‘검소하게 살라’고 하잖아? 그러면 애들은 ‘검은 소’로 알아들을 때가 있어. 말과 수화를 함께 해야 하는데 처음엔 말이나 수화 하나만 나와. 하나만 하면 오해가 생기기 쉬워. 그러니 의사소통하는 데 에너지가 두 배로 들지.” -수화는 어떻게 배웠어? “학교 부근에 수화 통역사들이 강습하는 회관이 있어. 처음 부임해 거기서 배웠지. 빨리 적응하려고 애들이랑 숙소에서 두 달 동안 같이 있었어. 우리도 어렸을 때 선생님 보이면 ‘야, 꼰대 온다’고 했잖아. 얘들도 은어로 쓰는 수화가 따로 있어. 쭉 지켜보다 저걸 빨리 잡아내야겠다고 무릎을 쳤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방법은 비밀이야. 나중에 어떤 녀석이 수화로 내게 욕하다 크게 혼났지.” -훈련도 쉽지 않았겠어. “좌익수 쪽으로 펑고를 치려는데 그 녀석이 딴 짓을 해. 소리를 질러도 듣질 못하니 뛰어 가서 한 대 쥐어박아주고 오지. 그러면 이번엔 중견수 녀석이 한눈을 팔고 있어. 또 뛰어가야지. 그러니 펑고 때 내가 운동량이 제일 많아.” -훈련 때 가장 주의하는 점은? “외야 수비 훈련이지. 소리를 못 들으니 공을 놓치기 쉽고 맞기도 해. 그래서 감독·코치가 없으면 절대 개인 훈련을 못 하게 해. 스윙할 때 공이 ‘먹힌다’ 싶으면 우리는 손을 놓잖아. 손 감각 뿐 아니라 ‘틱’하고 나는 소리에 반응하는 거지.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무조건 스윙을 해. 그러니 배트가 많이 부러져. 손 감각도 귀와 연결되는 거더라고. ” -대한체육회 1급지도자 자격증을 땄다며? “학교에서 배려해 준 거지. 그래서 태릉 선수촌에서 열리는 1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어. 야구에는 1급지도자가 5명 밖에 없어.” -다른 꿈은 없니? 이제 아버지가 됐고, 지도자라면 더 높은 수준의 팀을 맡는 꿈이 있을텐데. “2002년이 내겐 힘든 때였어. 사업도 어려웠고,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도 해쳤지. 성심학교가 지금은 내게 큰 울타리야. 어렸을 땐 감사란 걸 모르고 살았어. 아이가 태어났을 때, 프로에 입단해 계약금을 받았을 때 정도? 여기에선 건강하게 이 자리에 있는 걸로 만족해. 야구 감독을 직업으로 삼고 하는 것도 행복한 거잖아. 상훈아. 난 그렇게 생각이 되더라. 그리고 우리 학교 야구가 특수해. 어떤 분이 후임으로 오든 적응하는 데 2년은 걸려. 내가 자리를 비우면 선수들이 2년을 손해보는 거야.”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야? “제일 말 안 들었던 녀석 둘이지. 하나는 대학, 하나는 직장 다녀. 야구부에선 허구헌날 도망다니던 놈들이었지. 한 녀석 말이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거야. 그 친군 야구를 잘 했어. 하지만 너무 늦게 시작해 졸업 뒤 선수로 뛸 데가 없었어. 자기는 포기했지만 아들에게는 야구를 시키고 싶대. 자기가 가장 잘 하고 남을 가르칠 수 있는 게 야구니까. 지금 두 녀석 다 후배들 훈련 봐 주겠다고 학교에 와 있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30만원 들고 왔더라. 장애인으로 남들에게 받기만 했던 아이들이 남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지. 저런 애들 없어. 그래서 운동을 해야 하는 거야.” [네버엔딩인터뷰④] “우리 선수에게 필요한건 시간”
▲3년이 너무 짧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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