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학교 야구부는 요사이 전지훈련중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군산에서 연습경기를 하면서 새학기 시즌을 준비하곤 했지요. 지난 20일에 출발했으니까 오늘로 닷새가 됩니다. 군산에서는 요사이 전국에서 12개 중학교 야구팀이 모여서 군산시장기 야구대회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식대회는 아닌데 시즌개막을 앞두고 전초전을 벌이는 거지요. 우리 팀은 지금 그 대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팀이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상태이므로 중학교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서 팀플레이를 익히는 등 기초를 다져나가는 중이지요.
우리가 방문한 날은 22일인데 그날은 오후 3시에 군산야구장에서 군산중학교와 경기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전날 있었던 경기에서는 우리 팀이 이제 처음으로 손을 맞춰본 오합지졸(?)답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큰 점수차로 졌다더군요. 고3이 대거 빠져나가고 새내기 후배들로 채워진 성심야구부는 아직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아직은 경기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시기상조이겠어요.
여하튼 22일의 경기는 그런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는데 선발투수로 성호가 올라가서 초반에 잘 막았습니다. 우리도 안타를 때려서 먼저 점수를 내더군요. 어제는 기특하게도 박대용이가 정말 잘 맞은 안타를 때려서 점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반에 투수를 바꾸면서 점수를 몇 점 주었습니다. 에러가 나오고 거기에 안타를 한 두개 맞으면서 실점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도 어느 회에선가 연속 3안타를 때리면서 대량득점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만 무산되어서 아쉬웠어요. 경기는 비슷하게 나가다가 우리가 한 두 점 차이로 졌습니다. 결과는 큰 의미가 없는데 대용이나 흥모, 용진이 같은 신인(?)들이 경기에 나가서 안타를 때려본 것이 소득이었어요.
그리고 다음날에는 아침 10시에 숙소 가까운 군산중학교에서 경기가 있었습니다. 상대는 구리인창중학인데 중학교 선수들이지만 체격이 고교선수 만큼 크더군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그 경기에서는 우리가 이겼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아주 수준급이고 재미있었습니다. 우리팀의 선발로 올라간 용진이는 어제 아주 완벽하게 공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거의 안타를 맞지 않았고 반면에 우리 쪽의 공격이 좋았습니다. 대용이는 방망이에 물이 올랐더군요. 한번 얻어진 자신감으로 거침 없이 스윙을 하는데 그 기세가 지난 날의 대용이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대용이가 때려주고 정식이 흥모 용진이 성호 등 과거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공격에 가세하면서 우리는 어제 결과적으로 멋진 시합을 하고 이겼습니다. 한 가지 특기사항은 막내인 현빈이가 어제 펄펄 날았습니다. 안타를 한개 때리기도 했는데 수비에서 기가 막힌 수비로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켰습니다. 현빈이 인생에서 처음이지요. 시합 중에 자기도 흥분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여웠습니다.
이렇게 사흘 동안에 우리 팀은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거두었습니다. 첫날 콜드게임 패가 둘째 날 9대 7로 조금 나아졌고, 그 다음날은 드디어 이겼거든요. 오늘 있었던 경기는 아직 결과는 모르는데 중간까지 비슷하게 나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군산을 떠나 어제는 먼 여행을 했습니다. 진해에 있는 왕근이를 만나러 갔거든요. 디지털 대학에서 훈련하고 있는 왕근이의 상황이 요사이 좀 어렵습니다. 왕근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신생팀이 겪는 어려움인데 먼길을 찾아가서 만나본 왕근이가 너무 꺼칠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격려하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참으라고 했지만 참 쉽지 않은 상황이라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 방문은 박정석 야구부장과 함께였습니다. 충주에서 군산까지 또 다음날 군산에서 경남 진해까지 갔다가 충주로 돌아오는 먼 길을 박선생님이 줄곧 차를 몰았습니다. 왕근이를 만나 타이르는 문제, 대학 관계자들에게 조언하는 일까지를 끝내고 박선생님은 차를 몰아 충주까지 왔습니다. 헤어진 시간이 아마 새벽 1시 쯤 되었겠나요? “야구부장의 마지막 소임을 하고 왔어요”라고 하더군요. 박선생님은 이번 학기부터는 야구부장직에서 벗어납니다. 군대식으로 말하면 “하번”하는 거지요.
그러면 “상번”하는, 다시 말해서 새로 야구를 이끌어가는 분은 누구겠나요, 학교에서는 이미 다 아시는 사항인데 이연태 선생님입니다. 새 야구부장은 어제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하루 늦게 군산에 가서 아이들과 지내고 오늘 충주로 귀환했어요. 어려운 업무에 이제 바야흐로 뛰어든 셈입니다. 선수부족의 어려움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새로운 분이 새로운 의욕으로 잘 헤쳐 나가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성심야구부에 대해 올해 더 많은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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