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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진 설명 반드시 올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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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기대회 이후의 小考(소고)입니다
작성자 조일연 등록일 05.08.10 조회수 574

봉황기야구대회가 끝난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나흘이면 사실 바로 엊그제인데 이상하게도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 처럼 아련한 느낌을 주는 것은 왠일일까요?


올해로 세번쩨 참가했던 봉황기대회는 매번 똑 같은 몇 가지의 이미지로 기억이 되곤 합니다.


그 중 첫번째는 이 대회 참가를 준비하던 전지훈련입니다. 보통 7월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되는 이 전지훈련 기간은 그야말로 지옥훈련입니다. 도저히 숨을 곳이라고는 없는 7월 한여름 더위 속에서 선수들은 훈련하지요. 왜 하필이면 연중 가장 더운 8월에 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는 원망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똑 같은 더위입니다. 경기하는 날 동대문 야구장 스탠드에서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삼년째 응원을 해오고 있지요. 복더위 속에서 모두 얼굴이 익어가는 가운데 벌이는 성심학교의 응원은 이미 봉황기대회의 명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하루 온종일 겪는 고통에 대해서 야구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보상 중 최선의 것은 이기는 일인데 이번에도 우리는 2대 12의 큰 점수차로 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선수들은 모두 잠에 빠져 있더군요. 작년에는 비록 졌지만 시합이 끝나고 목욕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정말 그럴 경황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기는 늘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그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번에는 이겨야한다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한다는 일종의 강박의식 때문이었을 거예요.


  버스 안에서 극심한 피로에 싸여 잠든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주장 하민호가 눈에 뜨이는데 연일 계속된 훈련 때문에 그야말로 깡마른 얼굴에, 거기에 그 야윈 얼굴에는 온통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민호는 이제 열여덟살이나 되었겠나요?  잠든 민호는 나이보다 훨씬 어른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민호에게는 주장인 자기가 경기에서 팀을 이기게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있었을 겁니다.


  어제던가요, 부산에 있는 학교 교장선생님 한분이 전화를 했습니다. 그분은 청각장애인은 결국 이기지 못하는가? 하고 물어왔습니다. 한계는 거기까지인가 하는 한탄성의 질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야구에는 원래 장애라는게 없다고 했습니다. 진지하게 재미있게 경기하다가 보면 이기고 또 지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말은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야구선수거든요. 스포츠맨들에게 이러니 꼭 이겨야한다거나, 이러니 너희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는 말은 너무 장애인적입니다. 우리는 그날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야구를 잘못했기 때문에 졌습니다. 이길 기회는 반반씩 똑 같았는데 우리는 실수가 많았지요. 투수가 너무 긴장해서 볼넷을 많이 주고 3루타 2루타를 날렸지만 타력의 응집력이 그날은 부족했던 겁니다.


  여하튼 우리는 아직 한번의 기회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8월 18일 인천의 미추홀기 대회에 참가합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번에는 잘 하겠지요. 오늘 오후에 소집해서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데 표정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저도 좋습니다. 왜 좋은가 하면 요즘 심각한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거든요. 야구한 아이들이 직장을 얻고 또 거기서 야구하면서 함께 살아갈 준비를 시키는데 징조가 나쁘지 않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으니까 공식적으로는 비밀인 셈이네요.


  여하튼 우리 성심야구사랑회원 여러분 모두 무더운 어름 잘 보내세요. 그리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한번 자리 하시지요. 시원한 것 한잔 나누면서 밀린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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