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은 전해지기 마련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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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정석 | 등록일 | 03.12.10 | 조회수 | 498 |
좋은 말은 전해지기 마련이군요 지난 12월 3일 있었던 스포츠 서울 올해의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교감 선생님께서 소감으로 말씀하신 내용이 중앙 일보에 실려 전합니다. [인사이드 피치] (134) 야구로 따뜻해진 장애인 선수들 화해와 나눔의 계절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이해와 사랑을 찾는 연말이다. 인사이드 피치도 이때가 되면 시즌 동안 갇혀 있던 승부의 끈끈한 울타리에서 벗어난다. 지난 주말, 야구를 통해 가슴이 따뜻해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야구장)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워집니다. 그 곳에서 지켜야할 질서와 규칙을 통해 우리는 모처럼의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언어중심의 사회에서, 그 틀에 갇혀지내며 사회적 한계를 몸으로 느꼈던 우리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언어의 제한을 벗어나 행복해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조일연 교감선생님이 지난 3일 어느 시상식장에서 한 말이다. 정상적인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학생들이 야구를 하면서 열등감과 장애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조교감선생님은 또 선수들이 자신의 청각 불능을 자각하는 사춘기 시절에 찾아오기 쉬운 정체성의 위기를 야구를 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날 시상식장 단상에 올라왔던 선수 다섯명의 표정은 그들에게 쏟아지는 박수소리와는 관계없이 한없이 밝았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야구를 한다고 무조건 차별과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행복은 '규칙과 질서'를 지킨 데 대한 보상이었을 것이다. 야구는 어느 종목보다 규칙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 그 복잡한 규칙을 통해 야구가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질서'다. 야구 규칙 가운데 다른 구기종목과는 다른, 독특한 규칙 가운데 하나가 '타순(打順)'이다. 순서대로 치는 것이다. 내가 잘 친다고, 내가 힘이 세다고 먼저 치고, 자주 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순서대로, 똑같이 한번씩 돌아가며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그게 야구에서 타순이 상징하는 질서이자 평등이다. 야구는 정해진 길을 가야 하며 남을 앞질러서도 안 된다고 가르친다. 홈런을 때린 타자라도 운동장을 아무렇게나 한 바퀴 돌 수는 없다. 정해진 주로(走路)를 따라 돌아야 한다. 또 앞선 주자를 추월하면 아웃이 된다. 내가 빨라도, 먼저 출발한 사람을 보내준 뒤 그 뒤를 따라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 야구장에서의 규칙을 통해 질서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질서의 소중함을 통해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청각장애 야구선수들을 통해 우리는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겠다. 그날 시상식장에서 승부를 가르는 짜릿한 홈런의 감동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다. 시상식장을 나오면서 곁의 동료에게 "모처럼 가슴이 훈훈해졌다"고 했다. 그의 답이 걸작이었다. "그건 야구장에 사랑(love)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야구장에 사랑? 그게 어디 숨어 있을까.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좋다. 알려드리겠다. 인사이드 피치 독자를 위해. 야구를 해봤다면 누구나 한번은 끼어봤을 글러브(glove) 속에 바로 사랑이 있다. 그래도 못찾겠다고? 이런….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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