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대하여
교황님 방한 때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이 일제히 하나가 되어 묵상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침묵의 시간이었지만 분명 마음속에는 들끓는 기도가 있었을 겁니다.
어디를 가나 소리만 무성한 때입니다. 방송에서는, 몰라도 될 일들이 소설처럼 엮어져 나오고 인터넷이서는 근거도 증거도 없는 소문이 괴물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그렇게 소리가 많아도 들을만한 소리는 적고 정작 들어야 할 소리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귀들이 있으니......
'묵상 중에 교황님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어보시면 어떨까요.' 행사진행을 맡은 어느 앵커의 말을 들으며 소리 없는 울림을 느꼈습니다. 간절히 구하려면 소리를 높이라 했지만 침묵도 간절한 기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지만 침묵은, 때로 무심 혹은 무관심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적절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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