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최지만 선수와 성심 야구부 서길원 졸업생의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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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정석 | 등록일 | 16.10.10 | 조회수 | 679 |
최지만의 MLB 토크에 실린 최지만 선수의 글입니다. 서길원(21)은 야구선수입니다. 농아인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출신인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청각장애인 야구팀이 있는 미국 겔러뎃 대학에 재학 중입니다. 길원이가 고교졸업 후 미국까지 오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애가 있는 그를 야구선수로 받아주는 곳이 한국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길원이의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 선수였습니다. 제 미래도 불투명하고, 수입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무작정 길원이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빠듯한 재정 때문에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배트와 글러브 그리고 배팅장갑 등 야구용품 지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길원아, 형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 반드시 야구장으로 초청해서 시구할 수 있게 해줄게' 길원이에게 한 약속은 제게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장애를 안고도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길원이를 보며 저 또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시간으로 9월 28일, 이날은 제가 길원이를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그와의 인연은 2014년부터 시작됐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단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긴장이 되더군요. 인터넷을 통해 익혀두었던 수화 인사를 연습하며 길원이와의 첫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에인절스 야구장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길원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며칠간 연습했던 수화인사도 했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된 인연처럼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던 길원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이지 영혼이 맑고 깨끗한 어린 아이 같았습니다. 잠시 후 마운드에 오른 길원이는 사전에 약속된 에인절스 구단 직원의 수신호에 따라 저를 향해 시구를 했습니다. 2년 전에 다짐했던 길원이와의 약속이 현실이 되는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에인절스 구장에서 시구를 한 서길원 | 동영상: 에인절스 홍보팀 제공)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길원이와 함께 야구장 인근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습니다. 길원이에게 따듯한 밥과 고기를 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길원이는 이날 공기밥 3그릇에 동치미 국수까지 먹었습니다. 체격에 비해 많이 먹는 그에게 문자를 통해 물었습니다. '길원아, 평소에 뭐 먹고 지내니?' '쌀을 사다가 밥을 해서 먹어요. 반찬은 주로 라면과 김치에요. ㅋㅋ' 길원이가 그날 왜 그렇게 밥을 많이 먹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저 또한 마이너리그 시절 길원이처럼 먹는 게 부실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늘 배가 고팠기 때문에 누군가 밥을 사주면 그렇게 고마울 때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길원이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시구를 마친 다음 날 오전, 길원이는 워싱턴 D. C.로 돌아갔습니다.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원이와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길원이는 저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줬습니다. 길원이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세상에는 불평보다 감사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살다 보면 나보다 더 가진 자 그리고 더 높은 곳에 있는 이를 보며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올 시즌 저도 그랬습니다. 마이너리그 생활 6년 만에 밟은 메이저리그 무대였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는 시련도 겪었습니다.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자괴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길원이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불평보다 감사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제 첫 성적은 초라합니다. 하지만 길원이가 그랬던 것처럼 저 또한 포기하지 않고 제 가슴에 품은 꿈을 향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 도전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 꿈을 언제쯤 현실에서 만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전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는 진리를 저는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PS: 올 한 해 '최지만의 MLB 토크'를 애독해 주신 '다음스포츠' 애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오프시즌 동안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칼럼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성적과 함께 여러분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LA 에인절스 최지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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