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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플로 전하상 대표 신문 기사 소개
작성자 조용남 등록일 10.09.29 조회수 447

지난 여름에 우리 학교를 방문하셨던 청각장애인 전하상 님을 모두 아실 겁니다.  얼마 전 두 번째 방문 시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지원을 해주고 싶다고도 하셨지요.

어제 9월 28일자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라는 난에 위에 말씀 드린 전하상 대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어제 신문에 났다는 소식을 전해오시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10월 22일 학교 축제 기간 전 또는  후에 우리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  '미래에 대한 계획' 등에 대하여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청각장애 학생들의 자신감 회복을 돕고 싶어"

 

오혜정 더나은미래 기자 ohye@chosun.com

 

사회적 기업 '헤드플로' 전하상 대표
코넬대 장애지원 프로그램으로 배움에 대한 목마름 해소…
이 시스템을 혼자 누리기 안타까워 사회적 기업 세울 것을 결심했죠

 

지난주, 영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 교실을 찾았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 5가지'라는 주제로 말하기를 훈련하는 날이었다. 교실 3면을 둘러싼 칠판 곳곳에 학생들은 자신만의 리스트를 적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보통의 교실 풍경과는 달랐다. 교실 오른편 스크린에 자막처럼 글씨가 계속 올라왔다.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심지어 농담까지, 교실 안의 모든 이야기가 올라왔다. 자세히 보니 교실 한쪽에서 보조강사가 모든 내용을 타이핑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말하기를 훈련하면서 갑자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른다. 지휘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제자리에서 점프도 한다.

바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헤드플로(Headflow)'의 교실 풍경이다. 헤드플로는 청각장애인에게 영어 프로그램,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수업에서의 모든 '말'을 타이핑해 화면에 띄운다. 강세·억양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발을 세게 구른다거나 점프를 높이 하는 것, 지휘를 하거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 등으로 느낌을 설명한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한 사람은 본인 스스로도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전하상(24·사진)씨다. 헤드플로의 설립자이자 대표이기도 하다.

"저 스스로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배움에 목말라 있는지 절감할 수밖에 없다"는 전하상씨. 그는 언제부터 안 들렸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이해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그의 장애를 알게 된 것도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단다. 그때까지 그는 그저 이해가 더딘 아이, 숙제나 준비물을 잘 빠뜨리는 아이, 수업도 잘 듣지 않는 아이로 치부됐다.

"수업도 듣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대화가 잘 되지 않으니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었죠. 철없던 중학생 시절, 유학을 결심했어요. 뭔가 선진국에 가면 더 나은 환경, 더 많은 기회가 기다릴 것만 같았죠."

그렇게 떠난 미국 유학.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당연히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죠.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특히 토론식 수업에서 그는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어요. 그때는 삶이 무의미했거든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였죠. 들리지 않는 제게는 꿈도, 미래도 다 비현실적인 단어였어요." 그렇게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 반가량을 집에만 있었다.

"사람들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그 시절 저는 살아있긴 했지만, 어찌 보면 생명은 없는 삶이었어요."

그런 그를 깨운 것은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였다. 주인공 소년이 주변 3명의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고, 그 선의를 받은 사람들은 감사의 표시로 다른 각 3명에게 선의를 베풀고…. 이렇게 거듭하면서 기적이 일어나는 줄거리였다.

"이 영화가 제게는 엄청난 계기이자 동기부여였어요. 어리고 작은 소년 하나의 행동이 주변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켰듯, 보잘것없고 존재감도 없는 '저' 역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수렁에서 나온 그는 곧장 검정고시를 치렀다. 미국 대학 지원도 준비했다. 그리고 2006년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에 들어갔다. 그에게 대학생활은 배움에 대한 그간의 갈증을 씻어주는 '오아시스'였다. 바로 장애지원 프로그램을 만난 것이다.

코넬대는 청각 장애인인 그에게 속기사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속기사는 예비 박사, MBA 학생 등 과목과 관련된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수업뿐만 아니라 팀 프로젝트 활동, 콘퍼런스, 학교 행사 등에도 속기사가 지원된다.

"심지어 학과 저녁식사 모임에도 속기사가 함께 했어요. 단순히 수업 내용을 타이핑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죠."

모든 비용은 학교가 부담했다. 그는 이 좋은 것을 자신만 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졸업 후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세우기로 결심한 그는 MBA 과목까지 다 들었다.

"수업 중 프로젝트나 과제는 모조리 헤드플로 사업에 적용해서 했어요. 경영대학원 교수님들과 사업을 함께 기획해 나간 셈이죠."

헤드플로는 영어 프로그램,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속기사 등 교육지원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장애인 학생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싶어요. 듣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도 위축되어 있을 때가 많거든요." 그가 봤던 영화처럼 그의 꿈이 '이웃'과 '사회'를 위한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헤드플로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청각장애인은 070-4145-3569로 연락하면 된다.(문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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