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덕혜옹주는 조선의 황녀인 만큼 신분에 걸 맞는 인생을 산 공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 표지의 옹주는 환히 웃는 모습이 아니라 매우 슬퍼보였다. 실제로 옹주는 책 표지에 그려진 옹주의 표정만큼이나 비극적인 삶을 산 인물이었다. 옹주가 태어난 1912년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지 2년째 되는 해였다. 그래서 옹주는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고 태어나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였다. 환갑에 딸을 본 고종은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였으나 옹주가 7살이 되던 해에 사망하고 말았다. 고종의 사망을 시발점으로 옹주의 삶은 급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유학이란 면목으로 일본에 끌려가 대마도 백작과 강제 결혼을 하고 매번 탈출 계획을 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한다. 이렇듯 옹주의 삶은 비극이었지만, 일본의 귀족들이 일왕의 딸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라고 요구했을 때, 거절하며 “그대는 일본국 왕의 딸이고, 나는 조선국 왕의 딸이다. 내가 그대에게 무릎 꿇고 절할 이유가 없다” 고 말할 만큼 옹주는 조선의 황녀로서의 절개를 가진 긍지 높은 여인이었다. 만약 옹주가 나였다면, 나는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옹주의 절개는 나를 감동시켰다. 대마도 백작과의 결혼은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와 옹주 사이에 태어난 정혜로 인해 옹주의 삶을 더 나아져보였다. 그러나 딸 정혜는 일본 아이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며 옹주를 아프게 했고,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과 정신병원에서의 감금생활로 인해 그녀는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갔다. 조선의 해방 후 그녀는 조국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행복하지 못했던 옹주의 삶. 그녀가 과연 조선의 황녀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그녀는 비참한 인생을 마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모르게 옹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제강점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하면 일제에게 당한 최고의 피해자란 생각에 명성황후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옹주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사람들이 애도해주었던 명성황후와 달리 조국에서도 천대를 받으며 비참하게 죽은 옹주는 일제의 횡포가 낳은 가장 큰 피해자이다. 어느 왕실의 가족이 이러한 천대 속에서 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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