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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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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0.11.02 조회수 29

"이번엔 졸업식에 꽃 사 가지고 꼭 가마."

삼 남매 공부 시키느라

한 번도 오지 못한 딸아이 졸업식.

아버지는 그리 약속하셨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식이 진행되는 동안

힐끔힐끔 뒤를 돌아봐도

그곳에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 바쁜 손님 태워다 주느라

정작 자기 자신 바삐 올 곳은 못 찾으신 걸까?

 

졸업가 부르고

빽빽한 나무숲처럼 서 있는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강당을 나설 때

아버지가 보였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흐른 땀은

당신이 얼마나 서둘러 뛰어왔는지 보여 주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그 큰 손에 들려 있던

꽃다발을 내 손에 쥐여 주시곤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평생 꽃 산 적 몇 번 없다는 손으로

딸 위해 고른 꽃은

플라스틱 꽃잎을 가진 붉은색 꽃

 

내 생애 처음 받은 꽃다발은

아직도 그때 그 빛깔로

아버지의 약속을 간직하고 있다.

 

김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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