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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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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온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0.10.20 조회수 27

아파트 공사장에서 몇 달을 지내다 보면

내 조그만 월세방에서 밥 먹고

잠잘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전철 공사장에서 또 몇 달 보내고 나면

전철 타는 게

예사롭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야근과 특근, 때론 밤샘으로

위태롭게 쏟아 부은 피곤의 무게가

그토록 부드러운 바퀴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허무라든가 절망이라는 말들이

쥐새끼처럼 달아납니다

현장에서 몇 년을 비비다 보니

어디서건 노동은 따스함으로 다가섭니다

집들이에 가거나 개업식에 가서

수도꼭지 틀어 보기라도 하면

나와 같은 노동자들의 땀방울이

콸콸 흘러나와

때묻은 내 손을 닦아 줍니다

밤늦어 귀가하여 전등을 켜면

딱딱한 스위치에서

전기 통하듯 찌릿찌릿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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